디지털시대에 사라진 것들... 돌아오라! 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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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에 사라진 것들... 돌아오라! 손 편지~
기획 [신년 기획] 디지털시대에 사라진 것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1.04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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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모 방송국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로 인해 최근 복고 열풍이 불며 덩달아 손 편지가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기자는 세모를 맞아 서울중앙우체국 우편발송 창구와 우표박물관의 느린 우체통을 찾아가 아날로그 세대에게는 추억을, 디지털 세대에게는 새로운 감수성을 담은 손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복고 열풍에 손 편지 인기… 연하카드 매출 2배 증가
 
요즘 거리에는 때 아닌 1990년대를 대표하는 청재킷, 농구화가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응답하라 1994’ 드라마가 복고 열풍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연말연시에 덩달아 아날로그식 감성을 대표하는 손 편지가 주목을 받으며 카드와 편지지의 매출이 껑충 뛰었다. 한 인터넷 쇼핑몰의 지난 크리스마스시즌에 성탄카드와 연하장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그중 편지지와 편지봉투 판매 매출은 136%나 급증했다고 한다.
 
사라진 우체통, 우체국의 주요 고객은 카드사?
 
구랍 31일에 찾은 서울중앙우체국의 우체국택배·쇼핑창구는 연말연시에 선물을 보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국내우편·등기 창구는 한산했다. 사실 기자의 우편함에 배달되는 우편물은 매달 발송되는 카드사와 통신사의 청구서들뿐이었다. 우체부아저씨를 만나는 날은 택배를 받을 때뿐이다. 골목마다 있던 우체통도 사라진지 오래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07년 2만 5천 개 이상이었던 전국 우체통이 올 8월까지 6천 개가 철거된 상태이며 우체통은 3개월 동안 수집 우편물이 없는 경우는 철거된다고 한다. 문구점에서 편지와 편지지, 우표를 사고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인 후 우체통을 찾아 편지를 넣고 며칠지나야 받을 수 있는 손 편지는 이제 디지털시대에 번거로운 존재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느린 우체통 “1년 후에 배달합니다”
 
그러나 요즘 새로 생기는 우체통이 있다. 아날로그 문화의 향수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관광지 등에 설치된 ‘느린 우체통’이다. 보통 우편은 신속한 배달이 원칙이지만 느린 우체통은 1년 후에 편지가 배달된다. 요즘 초광속시대에 어울리지 않지만 오히려 신속성에 빼앗긴 ‘진실된 마음’을 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역발상의 아이디어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서울중앙우체국 아래 위치한 우표박물관에도 느린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의 이선경씨는 “방학과 연말연시에는 느린 우체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2013년에는 약 4천여 통이 접수됐다고 한다. 명동에 위치한 탓인지 외국인관광객도 찾아와 느린 우체통을 이용한단다. 우표 값(300원)만 내면 편지지와 편지봉투는 무료다. 기자도 2013년 마지막 날까지 취재로 뛰어다닌, ‘나’를 격려하는 글을 적어 느린 우체통을 찾아갔다. 몇몇 대학생들이 편지지를 빼곡히 채워가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최윤진(女, 21세, 은평구) 학생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년에 정말 하고 있을까? 궁금해요. 그래서 1년 뒤의 나에게 응원의 글을 적었어요” 하며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느린 우체통 안에는 행복한 순간을 기념하는 사람,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에 대한 소망을 적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쌓여 더욱 애틋함을 전달할 것이다. 손 편지가 복고 열풍에 따른 일회성 유행에 그치지않고 마음을 주고 받는 메진저의 역할을 더 활발히 해나가길 기대해 본다.  “응답하라 손 편지여~”
 
배지원 기자 jiwonbae5@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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