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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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갓 쓰고 두루마기 걸친, 한국적인 예수(?)를 만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3.11.0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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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러한 상상을 화폭에 그대로 담아낸 운보 김기창 화백. 그의 탄생 100주년(1913년 서울 출생)을 맞아, 서울미술관(서울 종로구 부암동)은 10월 17일부터 2014년 1월 19일까지 “예수와 귀먹은 양” 기념전을 열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운보의 대표작들과 함께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이 11년 만에 일반에 공개되었다.

가장 한국적인 성화(聖畵)로 평가
 
“예수와 귀먹은 양”은 그동안 일반에 잘 공개되지 않았던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을 중심으로 시기별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예수의 생애’는 30점에 달하는 대작으로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전 생애를 다뤄 인류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다. 예수의 삶을 전통회화 형식으로 그렸을 뿐 아니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갓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가 설교를 하고, 댕기머리에 노랑 저고리, 녹색치마를 입은 동정녀 마리아가 선녀에게 수태 소식을 듣는다. 운보의 ‘예수의 생애’는 가장 한국적인 성화(聖畵)로 한국 회화사와 기독교 미술사에 독창적이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미술관 큐레이터 강안나 씨는 “전시 제목 중 ‘귀먹은 양’은 어린 시절 열병으로 인해 청각을 잃은 운보 김기창 화백이 예술적 재능으로 침묵과 고독의 세계를 이겨내고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관객들의 자세에 따라 ‘아기예수의 탄생’에서 닭이 왜 맨 앞에 배치됐는지, ‘부활’에 복숭아나무가 왜 그려져 있는지 등 회화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인 ‘예수의 생애’는 운보가 한국전쟁 당시(1951년) 군산에서 피난 생활을 하며 그린 것으로 우리 민족의 비극이 예수의 고난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며 한국적인 성화의 필요성을 느껴 성화 제작에 몰입해 1년 반 만에 연작 전체를 완성했다. 주로 신약성경의 내용으로, 그리스도의 탄생과 박해, 그리스도의 공생애,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로 요약되는데 모든 그림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국의 풍속에 맞게 그려졌다.
광진구에서 온 김미정(女, 46세) 씨는 “서양의 성화 속 예수님만 보다가 한복을 입은 예수님의 행보를 보니 예수님이 온 인류를 위해 오셨다는 말이 더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운보 걸작선’ - 운보의 작품 세계를 표현
 
‘운보 걸작선’에서는 전통적인 동양화의 채색화법을 보이는 인물 중심의 풍속화, 민화를 새롭게 재해석해 표현한 바보산수와 바보화조, 청록 빛의 강렬한 채색풍경이 돋보이는 청록산수, 운필의 묘가 생생한 문자도 등 다양한 운보의 대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운보가 생전에 사용하던 화구, 생활용품, 붓, 벼루, 40여 점에 달하는 낙관 그리고 운보 김기창 화백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양말과 고무신까지 전시함으로 화가의 예술혼과 체취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미술 애호가들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과 새로운 것에 도전해 자기 혁신을 이룩한 운보 김기창 화백을 통해 우리 전통회화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한편 제2의 운보, 제3의 운보가 이어져 한국 미술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전과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문의: 02-395-0100 / 홈페이지 www.seoulmuseum.org
 
배지원 기자 jiwonbae5@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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