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가고 싶은 곳, 영월 청령포에 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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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가고 싶은 곳, 영월 청령포에 가면 …
특집 [탐방] 가을비경-① 단종의 마지막 유배지 강원도 영월, 청령포와 장릉 등 단종의 마지막 흔적 남아 있어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3.10.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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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관상’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영화 속에 등장했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계유정난(癸酉靖難, 1453년) 이후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열일곱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단종의 마지막은 어떠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가슴에 품고 여행의 계절 10월을 맞아 단종의 마지막 유배지였던 강원도 영월을 찾아가 보았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강원도 영월 남한강 상류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작은 섬이다. 단종은 아버지인 문종에 이어 12살 어린 나이에 조선의 여섯 번째 왕이 된다. 하지만 왕이 된 지 3년 만에 작은 아버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다. 이후 사육신의 단종 복위운동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상왕에서 노산군으로 강등되게 되고, 이후 17살의 나이에 이곳 청령포로 유배되었다. 
 
단종의 애환이 담겨 있는 곳으로 유명   
 
청령포는 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오고 갈 수 없는 외딴 섬이다. 그래서 이곳이 천혜의 유배지였을지 모르겠다. 있는 것이라고는 우거진 소나무숲밖에 없는 청령포에 지금이야 수많은 관광객이 오고 가지만, 당시만 해도 고요한 적막만이 가득했을 이곳에서 17살 어린 소년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섬 안쪽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단종이 유배생활을 하던 어소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단종이 머물던 어소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지만, 옛터를 통해 그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어소 주변의 소나무들이 마치 단종의 슬픔을 위로라도 하는 듯 어소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유난히 큰 거목이 눈에 들어왔다. 관음송(觀音松, 높이 30m, 둘레 5m)이라 불리는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단종의 유배생활을 지켜보고, 그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관음송이라 불린다. 당시 60살밖에 되지 않던 어린 소나무는 어느새 620살이 넘는 고목이 되어 지금까지도 청령포를 지키고 있다. 섬 외곽 층암절벽 앞에는 단종이 직접 돌을 주워 쌓았다는 망향탑이 지금도 남아 있다. 어쩌면 이 돌탑만이 그의 답답함과 서글픈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대구에서 찾아온 김진숙(42세, 女) 씨는 “막상 이곳에 와보니 역사적 사실로만 알고 있던 단종의 서글픈 삶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집니다”라며 방문 소감을 말했다.  
 
권력의 비정함 … 소년 왕의 안타까운 죽음  
 
단종이 청령포에 유배된 동안 단종의 여섯 번째 삼촌인 금성대군이 단종의 복위를 시도하다가 실패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일을 계기로 결국 단종에게 사약이 내려지게 된다. 단종의 죽음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당시 의금부도사였던 왕방연이 가지고 내려온 사약을 먹고 죽었다는 설, 사약이 내려오기 전에 이미 목을 매 죽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단종과 함께 있던 누군가가 목을 조여 숨지게 했다는 설도 있다. 1457년, 17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강가에 버려진다. 후환이 두려워 누구도 그의 시신에 손을 대지 못했지만, 당시 영월의 호장으로 있던 엄홍도가 목숨을 걸고 그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이후 오랫동안 잊혀졌던 단종의 무덤은 1698년(숙종 24년)이 돼서야 비로소 왕릉으로 인정받아 ‘장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의 본질은 비정하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 온갖 추악한 권모술수가 오가기도 하며, 때로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다가오는 10월 24일은 단종이 서거한 지 556년째 되는 날이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권력다툼에 희생양이 된 단종의 비극적인 죽음은 권력과 욕심 앞에서 한없이 잔인해지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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