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를 넘어 평화와 화해의 슛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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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를 넘어 평화와 화해의 슛을 쏘다!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南北 여자축구 대결 지난 7월 2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서 열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3.07.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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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2005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한 여자축구 대결이 국내에서 이뤄졌다. 이번 경기는 90분간의 치열한 접전 끝에 대한민국의 2:1 아쉬운 역전패로 끝났지만 오랜만에 남북 간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7월 21일(일) 저녁, 서울 월드컵경기장에는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례적으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경기장을 찾았고,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의 8년 만의 방한이 화제가 되면서 국내는 물론 많은 외신도 경기장을 찾았다.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양 팀 선수단이 경기장으로 입장하자, 관중석 여기저기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 시작 전, 남북한의 국가가 잇따라 연주되면서, 경기를 앞둔 양 팀 선수들의 비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치열했던 90분, 북한의 2:1 승리로 끝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북한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 초반 양 팀 선수들은 남북대결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다소 긴장한 듯 보였다. 한동안 팽팽하게 유지되던 균형을 깨고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대한민국이었다. 전반 26분 대한민국 김수연 선수(스포츠 토토)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대한민국이 1대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10분 뒤 북한 허은별 선수(FC 4.25)의 동점 골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2분 뒤인 전반 38분, 또 다시 북한 허은별 선수의 헤딩슛이 골망을 가르면서 북한이 2:1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경기는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켜낸 북한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가 종료되자 결과에 상관없이 멋진 경기를 보여준 양 팀 선수 들을 향해 관중의 우렁찬 박수가 이어졌다. 후반 35분경에는 우리나라 지소연 선수가 넘어져 다리 통증을 호소하자, 북한 선수가 제일 먼저 다가와 응급처치를 해주는 훈훈한 관경도 연출되었다. 경기 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 팀 감독이 1990년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에 선수로 참가했던 인연을 소개하며, 서로 상대 팀의 기량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응원하는 모습 달라도 마음만은 하나였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하늘색 카드를 들고 ‘조국통일’을 외치며 양 팀 함께 응원하는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 대한민국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가 자리했으며, 맞은편 관중석에는 북한을 응원하기 위해 멀리 일본에서 찾아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조총련) 응원단이 자리했다. 이들은 삼엄한 경비 속에 시종일관 차분하게 경기를 관람했다. 남북 대결을 보기 위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장을 찾았다는 회사원 김기훈(29세, 男, 인천 부평구) 씨는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양 팀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 축구경기처럼 앞으로 남북관계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응원하는 모습은 서로 달랐지만, 양 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마음만은 같았다.  

“지고 북으로 돌아가면 어려움 겪을 텐데…”

경기 내내 관중석 스탠드 앞에 서서 경기를 관람하는 관람객이 있었다. 북에서 넘어온 탈북자라고 본인을 소개한 그녀는 “태어난 고향이기 때문에 마음으로는 북한을 응원하고 싶지만, 대한민국이 내게 배려해준 것이 너무 많아 차마 북한을 응원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만약 북한 선수들이 경기에서 진다면 북으로 돌아가 어려움을 겪을 것을 알기에 오늘은 북한 선수들이 이겼으면 한다. 오늘따라 북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난다. 자유 없이 산다는 것은 죽기보다 못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하루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상대방을 배려하는 스포츠 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남북한 선수들이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최근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남북한의 갈등을 푸는 열쇠는 바로 ‘자신의 주장만을 밀어붙이기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함께한 약속을 지켜나가는 데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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