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종자국 페루, 그들에게 감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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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종자국 페루, 그들에게 감자란?
페루 리마=박준현 통신원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3.07.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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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준 선물이자 소중한 자연유산

옛날 안데스산맥 한 마을에 지배자가 있었다. 원주민들은 마을 작물 키누아(좁쌀)를 그에게 바쳐야 했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그들은 신에게 빌기 시작했고 신은 둥글고 통통한 씨를 주었다. 그걸 심자 춥고 열악한 고산지대 마을에 녹색 풀이 뒤덮이고 보라색 꽃들이 피어났다. 하지만 열매는 나지 않았다. 신은 애원하는 원주민들에게 땅을 뒤엎으면 열매를 발견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바로 감자다. 이 감자를 먹은 원주민들은 힘이 세지고 건강해졌다.
이것은 감자에 관한 페루의 설화 중 하나다. 실제로 안데스 산지에서 나는 토종 감자는 그 맛이 뛰어나고 품질 역시 우수하며 그 종류만도 3,500여 가지에 달한다. 페루의 감자는 프랑스에서 ‘가장 다양한 감자상(2004)’, ‘가장 맛있는 감자상(2005)’, 그리고 ‘가장 큰 감자상(2008)’까지 휩쓴 바 있어 페루 사람들은 감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또한, 매년 5월 30일을 ‘토종 감자의 날’로 정해 감자 전시, 설명회, 요리대회 및 80여 개의 식당에서 후원한 감자 관련 음식 시식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10여개 지역에서 초대된 80여 명의 농부들이 각자 가장 품질 좋은 작물들을 선보이는 자리이며 이날 전시되는 토종감자만 해도 4만kg이 넘는다.
약 100년 전부터 주식이 감자에서 쌀로 바뀌면서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는 2008년부터 한 해의 1인당 감자 소비량이 100kg에서 80kg으로 감소했으나, 지방에서는 여전히 감자가 주식이다. 이처럼 페루 사람들에게 있어서 감자는 신이 주신 선물이자 혼이 깃든 소중한 유산이다.

감자 종자국으로서 토종감자 연구 활발

감자는 세계 4대 작물 중 하나로 어디서나 잘 자라고 면역력이 강해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비타민도 풍부해 ‘땅속의 사과’라고도 불린다. 삶거나 튀겨도 비타민이 거의 파괴되지 않아 영양 만점 식품이다. 이런 감자가 종자국 페루에서는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
페루는 음식의 다양성과 맛으로도 중국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페루의 모든 음식에는 감자가 있다고 할 정도로 감자요리가 무궁무진하다. 그중 페루에서만 나는 빠빠 아마리요(노란 감자)를 으깨서 만든 ‘까우사’라는 음식은 페루 대표 전채(前菜)요리 중 하나이지만 메인요리 못지않은 맛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페루 리마에 있는 CIP(국제감자연구소)는 토종감자의 유전자를 연구하고 INIA(농업국제개발연구원)는 유전자 조합을 통한 새로운 감자종 개발과 생산 및 홍보를 하고 있다. 이렇게 잘 보존된 감자를 모아놓은 감자공원은 자연자원 보전사례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처럼 페루의 다양하고 맛있는 감자의 명성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바로 고산지대의 춥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단함과 어려움을 견뎌 온 농민들과 그 자연유산을 소중히 여기고 발전시키는 페루 국민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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