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아버지의 옷에는 늘 페인트 자국이나 그것을 지운 흔적이 있었고 어머니는 미장 일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일을 도우시거나 일이 없는 겨울에는 공장에 다니셨다. 이러한 부모님의 모습과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내가 너무나 미워서 원망과 좌절의 싹만 키워나갔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폐 수술을 받으신 후 그나마 하던 일도 못하시고 야간 경비를 하셨고, 어머니는 어지럼증이 심해서 혼자서 자유롭게 거동하기도 어려웠다. 나 역시 여전히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때 내 마음에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열등감을 억눌러가며 사는 대신, 모든 것을 그대로 놓아 둔 채 마음껏 꿈을 꾸었고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때였지만, 마치 다 이룬 것처럼 이야기하였다. 이루어질 확률 따위나 보잘 것 없는 가정 형편은 더 이상 문제 되지 않았다. 꿈이 생긴 후 나에게 찾아오는 어려움과 어둠은 꿈과 빛을 찾으러 다니게 만들었는데, 오히려 그때의 ‘가난’은 부모님이 나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었다.
박문택 변호사/ 법률사무소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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