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의 가족사진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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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의 가족사진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
포커스 소년원 가족사진 촬영, 소년범들의 교정과 가족 회복에 도움된다며 호평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4.03.3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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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양종훈 상명대 교수 (중)소년원 무료 가족사진 촬영 행사에 참여한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출처/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우) 양종훈 교수가 촬영한 제주해녀 사진 사진제공/ 양종훈 교수 | 산악인 엄홍길(가운데)씨와 함께한 히말라야 사진 전시회

최근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가족사진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일상으로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직접 사진 촬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명대 양종훈 교수를 만나보았다.

대검찰청, 소년원생 대상 가족사진 프로젝트 진행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들 90% 이상이 가족사진을 찍어보지 못했어요.” 가족사진이 없는 소년원생들을 위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양종훈 교수(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는 최근 서울·안양·제주의 소년원을 찾아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작년 2월부터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소년범 교정을 위한 가정의 회복을 주제로 진행했다. 양종훈 교수는 “92년도부터 소년원 촬영을 하면서 이들의 가족사진을 찍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이를 제안했고 총장님 또한 소년범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가족사진 촬영은 소년원생들과 가족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됐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소년원생들은 사진 찍히기를 싫어하거나 빨리 끝내고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볼 기회가 없었고 부모와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 교수는 소년원생들이 가족과 빵을 굽거나 요리를 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때를 포착해 카메라에 담았다. 초반에는 어색해하거나 표정이 밝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서로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 촬영 통해 가족 간 대화와 교류의 시간 가져

가족사진 촬영은 소년원생뿐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양종훈 교수에게도 소년원의 가족사진 촬영은 익숙지 않은 경험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은 일부러 예쁘게 나오도록 촬영하는 연출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족사진은 이후에 사진을 보면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행복한 모습을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만족할 때까지 계속 찍었다”고 전했다. 
양 교수는 많은 소년원생과 가족들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한 가족을 기억했다. 그는 “언니와 동생 자매 모두가 소년원에 들어왔는데 그 어머니가 딸들을 만나자마자 30분 동안 울기만 했다. 소년원에 있는 딸들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고 허망할지 안타까웠다. 그래도 나중에 딸들이 엄마랑 이야기하면서 안아주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대화를 하다 보니 웃으며 촬영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가족사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은 가족관계 회복을 통해 결국 소년범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양 교수는 “가족사진을 찍는 동안 대화를 나누며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이후에는 아이들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실제로 재범률을 낮추는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소년범의 상당수가 재범률이 높고 성인이 되면 중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어른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년범 재범 감소 위해 사회의 관심 필요

법무부와 검찰청 등의 지원으로 소년원 가족사진 프로젝트가 시작됐지만 양종훈 교수뿐 아니라 소년원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함께하는 이들이 많다. 이를 보며 양종훈 교수는 아프리카 ‘우분투(Ubuntu)’ 정신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의미로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함께 사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양 교수는 “사진을 프린트하거나 액자로 만들어 제공해 주는 분이 계시고, 농협에서는 김치를 보내주고 있다. 소년원 원장님들 또한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본다”며 놀라워했다. 덧붙여 “재범 감소를 위해선 경제적 독립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이를 위해 애쓰고 있다. 소년원생들이 주변의 어른이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앞으로 더욱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서 지난 30여년간 제주 해녀, 에이즈 환자, 히말라야 등의 다양한 사진을 담아온 양종훈 교수.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소년원 가족사진 프로젝트가 단지 소년범 교화 수준을 넘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미래를 바꾸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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