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떠나니 주민들도 모두 떠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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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떠나니 주민들도 모두 떠나고 있어요”
현장르포 지역 주둔 부대 해체로 군부대 의존도 높은 인근 지역상권 붕괴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4.02.0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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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많은 군인들이 지나던 상서면 다목리 일대, 현재 주말 오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최근 정부의 군부대 통폐합 정책, 이른바 국방개혁 2.0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군부대 인근 지역의 상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군부대가 줄어들고, 사단이 해체되며 군인들이 떠나버린 화천 등의 현지 실상은 어떤지 알아보았다. 

화천군 버스터미널 군인들 모습 안보여

지난 1월 토요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에서는 산천어축제로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지만 동일 군내 군부대 인근 지역인 화천군 사내면, 상서면 등 몇몇 지역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한산했다. 평소 주말 같았으면 군부대 주변 상권에는 휴가나 외박을 떠나려는 군인들과 면회를 온 가족들로 붐볐을 텐데 이날 기자가 둘러본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버스터미널에는 부모를 기다리는 군인 한 명과 주민으로 보이는 노인들 몇 명만 지나칠 뿐이었다. 다목리 버스터미널 주변에 위치한 식당은 대부분 불이 꺼진 채 이미 폐업한 상태였고 허름해진 간판들은 쓸쓸한 분위기를 더했다. 
화천군 군부대 지역 상권이 활력을 잃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팬데믹으로 군인들의 출입과 가족들의 면회가 제한되면서 주변 상권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부터 정부가 군부대 통폐합을 포함해 국방개혁 2.0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군부대가 통폐합 및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고 부대 규모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군 상비병력 규모는 현재 50만명이며 이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22만여명이 입대해야 한다. 하지만 2020년 23만여명이었던 입대자는 2022년 18만여명으로 줄어 그 선이 무너졌다. 이에 군 당국은 저출산으로 병력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군단과 사단을 해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의 버스터미널 옆 폐업한 식당 | 주말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군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27사단 해체로 인근 지역 상권 거의 몰락

화천군 사내면의 경우 67년 동안 주둔했던 7800명 규모의 27사단이 작년 11월 해체되면서 인근 상권은 거의 죽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무너져버렸다. 군부대 통폐합이 물론 예고된 일이긴 했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둔지 특수를 누렸던 전방지역의 상권 중 군인 수혜를 입는 업종인 숙박업, 음식점, PC방, 군용품 상점 수십여 곳이 줄폐업했고 그마저도 남아있는 상점들은 근근이 버티고 있다. 현재 사내면에 위치한 사창리 시외버스 매표소의 경우 매표 수입은 절반 이상으로 줄었으며 택시기사들은 수입이 줄어 부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목리에서 40년 이상 군수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상권이 다 죽으니까 집이나 상가를 임대해 놓아도 나가지 않는다. 나는 지원금을 받는 게 있으니까 이렇게 자리라도 지키고 있는데 생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목리의 한 주민은 “과거 이곳 버스터미널은 군인들의 거리라고 할 정도로 젊음이 넘치는 거리였으나 지금은 편의점 외에는 군인들을 구경할 수가 없다. 한때 정치인들이 이곳에 문학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준비도 했으나 여러 가지 문제로 흐지부지되었다. 지자체가 지역민들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로 애쓰고 있지만 이곳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군부대 의존도 높았던 지역 
 

다목리 내에서 유일하게 군인들이 드나드는 편의점

이제 새로운 변신 시도

이 같은 이유로 지역의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화천군은 지역 개발 사업으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화천군에 따르면 ‘사람 살기 좋은 마을’로 재도약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사창리 옛 군부대 부지에 전체 7만 7118㎡ 규모, 총 사업비 267억원이 투입되는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각종 대회 유치 등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며 초등 돌봄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화천형 교육캠퍼스 구축과 실버아파트 치매 전담형 종합 노인요양시설도 함께 지어질 전망이다. 화천군 최문순(70) 군수는 “군부대 인근 지역이 사단해체 위기극복을 넘어 이전보다 더욱 살기 좋은 마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군정의 역량을 끌어 모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화천 뿐 아니라 군부대 의존도가 높은 양구군이나 양양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부대해체로 시작된 지역경기 침체가 군인 자녀들의 이탈로 이어져 유소년 인구 감소세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지방소멸 및 안보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며  향후 해당 지역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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