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곳곳에 심청 설화의 흔적 산재
최근 지역 고유의 특색을 담아낸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지역다움’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특화 콘텐츠는 해당 지역에서 전해내려 온 설화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인천 백령도에는 효행의 근간으로 전해지는 심청 설화가 대표적이다.
심청은 송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자미상의 고전설화로, 황해도 용안면 장산곶에서 송나라 무역 상인들이 심청이를 무역선에 태워 중국으로 가다가 백령도 북쪽 해상 이십 여리 지점에서 심청이를 제물로 올린 곳을 인당수라 한다. 또 백령도의 서남쪽 해상에는 설화 속 심청이가 연꽃을 타고 환생했다는 연봉바위도 있다.
이곳 인당수와 연봉바위가 동시에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1999년 심청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2층 규모의 심청각이 세워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약 10만명의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기자가 백령도를 방문하여 만난 관광객 조은실(43)씨는 “백령도가 심청전의 배경지라는 이야기를 이번에 처음 들었다. 전망대에서 바다를 보니 마치 이야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새로웠다”고 전했다.
현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심청 발굴 필요
그동안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갔지만 백령도가 심청 설화의 배경지라는 사실이 인천시민은 물론 타 지역민에게 아직 생소한 게 사실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심청전의 배경지가 널리 알려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심청전의 의미와 현대사회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듣기 위해 수년간 심청 극본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옹진문화원의 태동철(84) 원장을 만나보았다.
태 원장은 “심청 설화의 정수는 ‘효행(孝行)’에 있다. 이 효행의 가치도 시대 변화에 따라 재창출되어야할 필요가 있으며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태 원장은 “우리 문화원에서 매년 심청 극본을 모집하는데 기존 심청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안타깝다. 심청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창조될 수 있다”며 “현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가 공감하는 심청 설화가 재탄생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천/ 이민주 기자 incheon@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