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맞은 크리스마스 씰 함께해 온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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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주년 맞은 크리스마스 씰 함께해 온 기부문화
기획 국내 결핵환자 퇴치에 앞장서 온 대한결핵협회의 크리스마스 씰의 역사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2.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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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따뜻한 기부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과거 연말연시에 온 국민 기부활동의 상징이었던 크리스마스 씰은 최근 편지문화가 사라지면서 잊혀져 가고 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크리스마스 씰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덴마크에서 1904년 결핵환자 위해 최초 발행

크리스마스 씰의 처음 시작은 결핵 환자를 돕기 위한 기금 활동으로 시작됐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 결핵이 확산되면서 결핵은 전 유럽의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평소 결핵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가졌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우체국장 아이날홀벨은 크리스마스 시즌 우체국에 쌓이는 우편물을 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각각의 우편물에 크리스마스 씰(christmas seal)을 붙여 그 기금으로 결핵환자를 돕자는 것이었다. 당시 국왕이었던 크리스찬 9세의 허가로 1904년 12월 세계 첫 크리스마스 씰이 발행됐다. 이후 크리스마스 씰 문화는 점점 확대되어 유럽, 미국, 아시아 등으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의 씰은 1932년 캐나다 의료 선교사인 셔우드 홀에 의해 처음 발행됐다. 셔우드 홀은 ‘거북선’을 소재로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하려 했으나 당시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주제를 ‘남대문’으로 바꿔 첫 번째 씰을 발행했다. 이후 그를 도왔던 문창모 박사의 주도로 한국복십자회와 조선기독교의사협회에서 씰을 발행했으나 6.25전쟁 등 혼란한 사회 분위기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설되면서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씰 모금 운동이 시작됐다. 

1. 대한결핵협회의 첫번째 씰 | 2. 앤서니브라운의 동화 씰(2023) | 3. 세계 최초의 씰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되는 크리스마스 씰 팝업스토어 사진제공/ 대한결핵협회

한국,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2위

6.25전쟁 직후 국내 결핵환자 수는 130만여명에 달했다. 당시 범국가적인 결핵퇴치 사업과 경제발전에 힘입어 국내 결핵환자 수는 점점 줄어 4만여명 수준까지 낮아졌다. 범국민적 노력 끝에 지난해에는 인구 10만명당 발생률도 89명에서 39명으로 감소해 2차 종합계획의 목표치인 40명 이하를 달성했다. 대한결핵협회 모금개발팀 박연숙(47) 팀장은 “그동안 결핵환자 수는 꾸준히 감소했지만 최근 그 추세가 주춤해졌다. WHO 자료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이 2위(인구 10만명당 39명)이며 결핵 사망률은 4위(인구 10만명당 3.8명)”라며 결핵퇴치 사업이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 수준에 비해 결핵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결핵환자의 체계적 관리 미흡에 따른 치료 실패와 그로 인한 감염 확산, 그리고 ▲결핵치료를 받기 위해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외국인 결핵환자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결핵은 감염성 질환으로 환자들이 드러내지 않는 질병이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많아 여전히 국가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언급했다. 

크리스마스 씰 통해 즐거운 기부문화 기대

박 팀장은 “결핵이라는 질병에 대한 관심과 함께 크리스마스 씰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동안 이 모금 활동이 결핵퇴치를 위한 주요 재원으로 활용되어 왔다”며 현재는 매년 20억원 안팎의 모금액으로 취약계층 결핵환자 치료지원과 어르신 결핵환자 복약관리 및 생활지원, 그리고 학생결핵환자 지원사업까지 각종 지원사업과 결핵홍보 및 예방을 위한 활동에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결핵협회는 어느덧 국민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크리스마스 씰의 의미를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더 많은 분들이, 보다 즐겁게 기부활동을 하도록 다양한 콜라보 사업을 진행했다. 2020년에는 펭수 씰을 발행해 큰 인기를 끌었고, 2021년에는 MBC ‘놀면뭐하니’와 협업해 유재석 씨의 부캐 씰을 발행했으며 2022년에는 손흥민 선수의 씰을 발행했다. 또 종이 씰 외에도 키링, 배지, 머그컵,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해 모금의 다양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 씰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국 동화작가 ‘앤서니브라운의 동화속으로’라는 주제로 디자인되었다.  
박연숙 팀장은 크리스마스 씰 발행의 궁극적인 의미는 ▲“잊혀져 가는 호흡기감염병 ‘결핵’에 대해 알리는 것과 취약계층 결핵환자에 대한 지원으로 결핵퇴치에 이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크리스마스 씰 기부 활동을 통해 작지만 소중하고 즐겁게 기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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