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로 첫 의료봉사활동을 가게 되었을 때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갔던 것이 기억난다. 의료봉사 장소는 이미 몇 주 전부터 라디오와 길거리 전단지 광고로 소식을 들은 환자들로 가득 찼다. 장비를 설치하고 진료 준비를 하니 너무 많은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다른 진료과와는 다르게 치과는 빠르게 환자를 볼 수 없어 기본으로 서너시간을 기다리거나, 심지어 대기하다 돌아가야 하는데도 불평불만이 없는 환자들을 볼 때 참 미안했다. 열악한 환경과 위생 탓에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대부분 발치가 주를 이루었는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치아가 단단하며 뿌리가 길고 딱딱해 발치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마지막날 진료가 끝날 때쯤 상당히 먼 거리를 걸어서 온 환자를 진료하게 되었다. 그는 너무 많은 환자로 인해 3일 동안 진료소 근처에서 줄만 서다 돌아가기를 반복하다가 근처에서 자고 왔다는 것이었다. 하루만에 할 수 있는 치료가 한정돼 있어 가져간 칫솔과 상비약을 챙겨주었다. 여러날 기다리게 해 정말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런데 그는 우리에게 고맙다고 했다. 의료봉사를 통해 ‘나를 필요로하는 곳이 있구나’ 하며 새삼 감사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러 간 봉사지만 오히려 감사를 배울 수 있었던 의료봉사는 지금도 필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있다.
김종영 원장/ 한일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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