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가 만든 세계 유일의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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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가 만든 세계 유일의 합창단
기획 생명의소리 합창단, 유가족의 아픔 치유하고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확산에 기여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2.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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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S아트홀에서 진행된 생명의소리 합창단 제8회 정기공연(11.10) 모습 제공/ (재)한국기증자유가족지원본부

생명의소리 합창단은 장기기증자 유가족의 회복과 치유뿐 아니라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적 인식변화와 활성화를 위해 오늘도 마음을 모아 노래를 부르며 따뜻한 연말을 선사하고 있다.  

유가족과 수혜자가 제안, 2016년 합창단 창단 

최근 뇌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졌던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은애(34) 교수가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나 감동을 주고 있다. 유가족은 이 씨의 뜻을 받들어 환자 5명에게 장기를 나눠 새 생명을 주었다. 
장기기증은 가장 숭고한 희생이라고 한다. 반면 생면부지의 사람들은 살렸지만 남은 가족은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빠진다. 이런 가운데 뇌사자 장기기증 유가족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 결성된 ‘생명의소리 합창단’이 7년째 희망의 무대를 선사해 눈길을 끈다. 
생명의소리 합창단은 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이식수혜자 그리고 기증희망서약자로 구성된 세계 유일의 합창단이다. 합창단 설립을 주도한 (재)한국기증자유가족지원본부 송종빈(68) 이사는 “2015년에 개최된 ‘세계 장기 기증 및 이식의 날’ 행사를 위해 유가족과 수혜자가 임시로 합창단을 조직했다. 서울 콘래드 호텔에 모인 세계 각국의 의료인들은 합창을 듣고 기립박수와 앵콜을 외쳤다”며 “행사가 끝나고 쫑파티를 하는데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과 상실감, 죄책감에 바깥출입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웃음을 되찾기 시작했다. 동병상련의 사람들을 만나며 말문이 터진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라고 말했다. 함께 노래하며 슬픔에서 벗어난 유가족들은 적극 상설합창단을 제안했다. 송 이사는 사비 2000만원을 털어 모금활동을 시작했고 마침내 이듬해 3월, 생명의소리 합창단이 공식 창단됐다.  
 

12월 9일, 5세부터 78세의 단원들이 즐거운 송년회를 가졌다 | 인터뷰 후 함께한 송종빈:강옥예:장연정:이철하씨 
사진/ 오병욱 기자

유가족,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 살릴 수 있어 위안

사실 송종빈 이사는 2013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딸(송아신, 당시 34세)의 장기를 기증한 유가족이다. 그는 “딸이 살아있을 때 ‘죽으면 장기기증을 할 거예요’라고 한 말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만약 장기를 나눈다면 딸이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으니 완전히 내 곁을 떠난 것은 아니라는 마음이 들었다. 장기를 받지 못해 가족을 떠나 보내야 하는 이들의 아픔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뇌사한 딸의 뇌파가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는 송 이사는 “며칠이라도 빨리 기증을 결정했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며 “나의 마지막 소원은 세상을 떠날 때 뇌사상태가 되어 장기를 기증하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옥예(68)씨는 2018년 간이식을 받고 그 해 합창단에 입단했다. 그는 “이식 후, 매일 면역억제제를 먹고 있다. 식후 2시간 약 복용, 3시간 공복유지를 평생 지켜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새 삶을 얻은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며 “처음 입단할 때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컸는데 유가족들이 가족처럼 대해줘 너무 감사했다. 새 삶을 선물해 준 기증자의 몫까지 값지게 살려고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자 유가족에 대한 보호와 예우 필요 

합창단은 이 달 12월에도 서울중앙대병원과 의정부성모병원 공연을 마치고 22일 서울은평성모병원 공연을 앞두고 있다. 창단때부터 합창단을 이끈 장연정(50) 지휘자는 “선교를 하는 부모님 덕분에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합창단의 지휘 요청이 왔을때 흔쾌히 수락했다”며 “병원에서 공연할 때는 눈물을 참기 힘들다. 뇌사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을 결정하기까지 힘든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병원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그들을 보면 뭐라 형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합창단은 5세부터 78세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음악에 대한 열정보다는 생명나눔을 위해 모였기 때문에 재능과 실력도 차이가 큰데 악보를 볼 줄 모르는 분들은 발성과 이론부터 배워야하니 끊임없이 연습한다”고 전했다.
이철하(68) 사무국장은 “지난해 이식 대기자는 4만9765명이지만 뇌사자 기증자는 405명에 불과했다. 겨우 1%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증률이 낮은 이유는 생전에 본인이 장기기증을 신청했더라도 유가족이 반대하면 적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때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장기기증에 관한 제도와 인식을 개선하고 장기기증자 유가족에 대한 보호와 예우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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