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김민재 닮아 유명해진 K1리그 축구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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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김민재 닮아 유명해진 K1리그 축구심판
[인터뷰] 수많은 역경 속 도전과 희망으로 K1리그 축구심판 된 정동식씨의 긍정의 삶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2.1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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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2명밖에 없다는 K1리그 축구 심판으로 맹활약 중인 정동식 심판 사진/ 천영환 객원기자

 

사연 없는 인생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사연 많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따라 한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다른 삶으로 바뀌기도 한다. 인생의 수많은 난관을 오직 긍정의 태도와 열정으로 이겨낸 축구계의 새로운 스타 정동식(43) 씨가 최근 화제다.

짭민재라 불리며 나폴리까지 다녀와

N잡러, 김민재닮은꼴(짭민재), K1리그 축구심판, 거리청소부, 착하고 부지런한 아빠, 포기를 모르는 남자... 이 단어들은 모두 정동식씨 앞에 붙는 수식어다. 현재 그의 본업은 서초구 환경공무원이지만 국내에 12명밖에 없는 K1리그의 축구 심판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사연 외에도 그의 특별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축구 사랑이 남달랐던 정 심판은 어린 시절 운동장에서 놀다 조기축구회 대타 선수로 뛰게 되면서 중·고교 시절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어려워진 가정 형편과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그토록 바랐던 대학 스카우트가 좌절되면서 하루를 48시간처럼 치열하게 살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의 하루는 새벽 4시 반에 시작된다. 오후 3시까지는 거리 청소부로, 퇴근 후는 퀵서비스 기사로, 이후엔 매일 5~10㎞를 달리며 체력단련을 하고, K1리그가 있을 땐 심판으로 그라운드를 뛰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제안이 들어왔다. 축구팬 사이에 유명한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선전하고 있는 김민재 선수(현 바이에른 뮌헨 소속)를 응원하는 영상을 찍으면 축구팬들에게 큰 기쁨이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 4월 나폴리에 다녀온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열심히 살아온 내게 하늘이 준 선물 같았다. 당시 김민재 선수가 나폴리에서 거의 영웅이었는데 단지 내가 김민재와 닮았다는 이유로 그들은 내게 열광했다. ‘킴킴킴’ 하며 사진찍기와 사인요청을 해 ‘노네킴(킴이 아니다)’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상관없다며 환호했다.” 그 일을 계기로 지난 5월 31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이후 ‘유재석을 울린 남자’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유퀴즈온더블럭 출연한 정동식씨 부자
자신의 모교인 중대부고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는 정동식 심판


일분일초를 아끼며 하루를 48시간처럼 살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이지만 정 심판은 20대부터 지금까지 하루를 48시간처럼 살아왔다. 20대에 축구선수로서 대학생활이 좌절되면서 일반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과정을 공부해야 했고, 스스로 학비를 마련하고 생계를 이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노숙인쉼터를 운영하는 친척의 배려로 노숙인 상담 일을 하며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업과 생계를 함께 해결해야 했던 현실은 어린 나이의 청년에게 가혹했다. 노숙인쉼터 일뿐 아니라 신문·우유배달, 일용직, 대리운전 등 하루에 7가지 일을 하기도 했다. 하루에 3~4시간 이상 자 본적이 없을 정도로 잠을 줄여가며 매일을 치열하게 살았다.  20대에는 절박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살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왜 지금도 이토록 치열하게 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48시간처럼 사는 사람이나 적당히 사는 사람 모두 삶은 어차피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절대 그렇지 않다. 사는 맛이 다르다. 누군가에겐 보잘것없을지라도 꿈을 갖고 실현하기 위해 일분일초를 공들여 사는 사람과 마지못해 사는 사람의 일분일초는 완전히 다르다. 혹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꿈에 가까운 새로운 기회를 만나게 되며 그 성취감은 한 시간에 수백만원을 버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비교도 안 된다.” 

“내 삶을 통해 청소년들 희망 가졌으면”

정 심판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꿈은 언제나 축구였고 그의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축구’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축구선수가 아닌 K1리그 심판으로 그라운드를 뛰고 있다. 축구심판 자격증을 따고 12년 만에 K1리그에 입성했고 2022년에는 ‘올해의 심판상’도 수상했다. 그는 “축구심판은 공정함을 위해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다. 또 20대 선수들과 같이 뛰어야 하므로 체력 단련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판의 결정 하나에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갈리므로 때론 오만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매일 새벽 청소를 하다보면 그 오만했던 마음이 싹 사라진다며 심판으로서 필요한 겸손한 마음을 청소일이 만들어 주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요즘 그의 오후 퀵서비스 업무 시간은 점점 강연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11월『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자서전을 펴냈다. 강연하고 책쓰는 이유를 묻자 “꿈을 가졌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 단 한명의 청소년이라도 저를 통해 희망을 갖고 새로운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 그것밖에 없다”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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