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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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의 미학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2.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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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채움은 건축뿐 아니라 마음의 세계에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비움의 미학으로 필자에게 크게 감흥을 준 곳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다. 막상 공간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다. 마치 맛있는 속을 다 파냈지만 더 맛있어진 과일 같다고나 할까? 구겐하임미술관은 마천루의 숲 맨해튼에서 드물게 나선형 형태를 가진 담백한 콘크리트 외관을 가졌다. 실내에 들어서면 돔 형식의 천창에서 자연광이 1층 로비 바닥까지 쏟아져 내려온다. 이 압도적인 보이드(Void, 빈 공간)는 비워냄으로써 공간이 오히려 당당하게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한다. 
마음을 비우는 ‘비움’과 ‘겸손’은 서로 연관성이 있다. 마음을 비우려면 마음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겸손은 실제의 자신보다 더 낮추는 것으로, 전제조건은 가진 게 있어야 한다. 곧 가진 게 있지만 함부로 쓰지 않는 절제와도 통한다. 물리적인 공간이나 보이지 않는 마음에도 비움은 용기있고 아름다운 일이다. 절제를 통해 공간을 비워내 사람들의 움직임과 각층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설계한 구겐하임미술관처럼 마음도 절제를 통해 비워내면 결국 더 큰 것을 얻게 된다. 이제 우리 각자가 비워낼 마음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김연아 교장/ 대구링컨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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