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 용산전자상가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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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 용산전자상가에 가보니…
기획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자제품상가, 유통구조 변화로 쇠락하는 모습 아쉬워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2.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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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예정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용산 나진상가

한때 용산전자상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유통단지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유통구조의 변화로 서서히 상권이 쇠락하더니 최근에는 재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채비를 하고 있는 용산전자상가를 찾아가 보았다.

화려했던 과거와 달리 적막 감도는 매장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용산전자상가는 전자제품을 구매하러 온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컴퓨터, 비디오 게임기와 게임CD, 모니터 등 온갖 전자제품을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걷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전자제품이 담긴 커다란 종이박스를 들고 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용산전자상가는 1980년대 중반에 형성되었다. 지금 전자상가 자리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청과물 시장이었는데, 1985년 서울 송파구에 가락시장이 생기면서 상인들이 하나씩 가락시장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긴 빈 자리를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던 상인들이 채우면서 오늘날의 용산전자상가가 형성되었다. 현재 용산전자상가는 크게 전자랜드, 원효상가, 선인상가, 나진상가 등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용산전자상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지난 주말 용산전자상가를 찾아가보니 세월 앞에 노후화된 상가는 빛을 잃었고 매장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었다. 10년째 컴퓨터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전자제품을 구매하러 오는 손님은 거의 없다. 아마도 대부분 매장이 소매보다는 온라인 판매 위주로 사업을 하며 매장은 일종의 창고처럼 활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전자상가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 | 용산전자상가를 찾아온 외국인 유학생들

용산전자상가 몰락의 주요 원인은?

잘나가던 용산전자상가의 몰락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유통구조의 변화다. 2000년대 중반부터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옮겨지기 시작하면서 전자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빠르게 증가했다. 또 가격비교사이트까지 등장해 소비자들이 굳이 상가를 찾아오지 않아도 집에서 손쉽게 가격을 비교한 뒤 제품을 주문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두 번째 이유는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다. 언젠가부터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용팔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상인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졌다. 일부 상인들의 강제판매, 바가지 씌우기, 불합리한 환불 거부 등이 구설수에 올랐고 급기야 이런 행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더욱 신뢰를 잃었다. 그래서 상인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한 포지션이었던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秋葉原)는 전자제품 상가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굿즈 판매 등으로 외연을 넓혀 세계적인 서브컬쳐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것을 생각하면 용산전자상가의 몰락은 더욱 아쉬운 일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거리가 더욱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향후 재건축 통해 亞 실리콘밸리 조성 계획 

한편 지난 6월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 일대 재건축계획을 발표하면서 용적률을 1000%까지 허용하는 등 대폭 규제를 풀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용산전자상가 일대는 용산역 철도 차량사업소 부지 및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국제업무지구와 연계, 대규모 신사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나마 남아있던 상인들마저 하나둘 용산을 떠나고 있다. 또 아직 상가에 남아있는 상인들 중에는 상가 소유주와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들도 있다. 용산 나진상가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B씨는 “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기간 동안 영업을 하고 싶지만 상가를 소유한 회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퇴거를 압박하는 것이 느껴져 어려움이 크다. 회사 측과 대화를 하고 싶어도 쉽지 않고, 중재자 역할을 해줘야할 구청 담당자도 미온적인 것 같아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용산전자상가는 이제 곧 사라질 전망이다. 아직 남아있는 갈등들이 원만히 해결되어 용산전자상가가 상생의 상징이자 새로운 랜드마크로 발돋움하길 기대해 본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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