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눈에 띄는 위치에서 일하며 존경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또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은 회피하거나 거절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사회에서 교수로 일하며 학계, 정부기관, 회사,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정책 연구자문과 컨설팅 및 미디어 매체들로부터 빈번한 인터뷰 요청을 받는 직업의 소유자라면 더욱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어느 날 교회에서 합창단인 첫째 딸이 연말에 공연을 하게 되어 무대 스태프로 마이크맨의 역할을 요청 받았다. 교수만 해왔던 터라 생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 자세가 마이크맨의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무대 감독에게 꾸중과 핀잔을 들어야 하며 시종일관 지휘자의 눈빛을 바라보며 그 의중을 파악해야 했고, 마이크 설치와 정리를 위해 허리를 구부리거나 오리걸음까지 해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딸 아이의 합창을 감상할 수 있는 마이크맨의 위치가 더없이 귀하게 느껴졌다. 또한 즐겁게 마이크맨을 하는 다른 봉사자들을 보며 나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그동안 VIP석에서는 보이지 않는 귀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는 이 귀한 선물들과 함께 다가올 따뜻한 연말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안여광 교수/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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