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 시절 우연히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의 「모든 인간은 죽는다」를 읽게 되었다. 불사의 약을 마시고 불사신이 된 주인공 ‘포스카’는 처음에는 부귀영화를 좇았지만 700년을 살게 되면서 인생의 허무함과 위선, 무의미함에 죽음을 갈구하게 된다. 이 책은 필자에게 큰 공감을 일으켜 주었다.
한편 19세기 초, 멕시코군에 패전해 포로로 잡힌 텍사스 민병대에게 총살형이 내려진 사건이 있었다. 흰콩과 검은콩을 넣은 냄비를 놓고 눈을 가린 채 죄수가 콩 한 알을 골라 검은콩을 뽑으면 처형하는 것이었다. 그 불운한 죄수 중 하나였던 ‘R.H 던햄’은 처형 30분 전 어머니에게 유서를 남겼다. 사랑한다는 말과 자신이 일생 동안 범한 모든 죄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다. 이 비극적 사건은 후일에 ‘검은콩 사건(Black Bean Episode)’이라고 명명되었다. ‘포스카’는 불멸의 존재라는 시각에서 인생의 허무함을 절규했고, ‘R.H 던햄’은 죽음의 목전에서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신 앞에 일생에 범한 죄의 용서를 구했다.
요즘 삶을 돌아볼 여유 없이 아웅다웅 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가끔은 인생의 끝선인 죽음을 미리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인생의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하루하루 더 보람된 여생을 살게 될 것이다.
신재훈 선교사/ 멕시코 멕시코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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