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정수(精髓) 스탠드업 코미디가 인기를 얻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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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의 정수(精髓) 스탠드업 코미디가 인기를 얻는 이유
줌인 스탠드업 코미디 문화 중흥을 위해 진력하는 유쾌한 코미디언 3인을 만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1.0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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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병욱 기자

마이크 하나 들고 일상다반사부터 정치, 성(性), 사회문제 등을 다루며 관객들을 웃게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을 만나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 급상승 중인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을  알아보았다.

규제에서 자유로운 스탠드업 코미디, 급성장 추세 

코미디 장르는 드라마, 연극과 달리 해학과 위트가 넘친다. 그런데 최근 웃음과 위로를 주며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던 공개 코미디 쇼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각 방송사는 코미디 프로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시청자들은 아쉬워했으나 이는 오히려 코미디계에 전화위복이 되었다. 코미디 장르가 대중의 취향과 니즈에 맞춰 기존 방송 패러다임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창출·발전해 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해 대학로에서만 활동하던 코미디언들이 대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뛰어난 기획력과 새로운 포맷으로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그중 스탠드업 코미디는 풀뿌리 코미디로서의 중요성과 함께 각종 규제와 윤리적 비난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며 급성장한 코미디 장르이다. 미국이 본고장인 스탠드업 코미디는 코미디언 혼자 마이크 하나만을 들고 말로 사람들을 웃긴다. 그러므로 좌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언변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즉각 대처하는 순발력, 정치와 종교, 성(性), 사회적 관습을 풍자한 농담을 유쾌하게 전할 수 있는 연기력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장은 프로 코미디언들의 무대인 서울코미디클럽과 펀치 라인스, 아트지트가 있다. 이태원의 ‘닭대가리’는 외국인 대상 공연장이다. 이 외 코미디언 지망생 본인이 직접 돈을 내고 마이크를 잡는 오픈마이크 공연장이 있다. 
 

(상) 출처/ SBS뉴스 캡쳐
(하)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 ‘아트지트’에서 음료를 마시며
공연을 보는 관객들

관객들의 응어리·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역할 

기자는 최근 스탠드업 코미디 시장의 확장에 맞춰 지난 8월에 오픈한 아트지트를 찾아갔다. 이곳에서는 총 8명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매일 밤 러닝타임 90분 중 10분씩 마이크를 잡고 관객과 소통한다. 기자가 3명의 메인 코미디언 김태우(35), 이강(27), 박성균(24)씨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10초에 한번씩 웃음을 터트린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할 정도로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스탠드업 코미디가 요즘 인기가 급상승한 원인에 대해 
이강씨는 “세대갈등과 젠더갈등, 좌파와 우파의 양극화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까지 덮쳐 사상적·물리적 답답함이 극에 달해 대중은 탈출구가 필요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공개 코미디와 달리 철학적 깊이 없이 눈치 보지 않고 한껏 웃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원함까지 준다”라고 말했다. 
2020년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했다는 김태우씨는 “당시엔 스탠드업 코미디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모객이 힘들었다. 게다가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내용을 풍자하고 19금 토크에 비속어, 은어를 자유롭게 쓰니 듣다가 놀라서 나가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메타 코미디클럽’을 통해 스탠드업 코미디의 저변이 확대됐고 데니초, 김동하 등으로 인해 인지도가 올라갔다. 지금은 그 모든 상황을 단순히 즐기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명감으로 연습 또 연습…한국 코미디계 전망 밝아

이들의 농담은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된다. 김태우씨는 “유명 코미디언들이 ‘1시간 농담’을 완성시키는데 10년이 걸린다고들 한다. 우리도 15분가량의 대본을 갖추고 무대에 서는데 거기에 10초 추가하려면 몇주가 걸리기도 한다”며 “조사 하나까지 체크하며 웃음이 터지는 펀치라인을 계산한다. 수십 수백번 씩 연습하고 관객의 반응을 데이터값으로 정리하며 농담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공연영상을 함부로 노출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픈마이크(아마추어 무대)에서 새 농담을 연마한다. 코미디언의 목표는 ‘1시간 스페셜’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박성균씨는 “미국의 경우, 졸업작품 내놓듯 축적된 농담을 전국 투어를 하며 풀어낸다. 영상에 담아 음원을 발매함으로써 그 농담을 졸업(공개)하고 또 다시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간다”라고 전했다. 
한국의 스탠드업 코미디 문화는 미국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하는 이강씨는 “미국은 마땅히 놀 곳이 없으면 스탠드업 코미디 바를 간다. 라이브 카페, 클럽과 같은 밤 문화의 선택지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공연’을 보러간다고 여기니 큰 맘 먹고 온다. 식사와 음료를 즐기다가도 공연이 끝나면 모두 자리를 떠난다”며 아쉬워했다. 한편으론 입장료 1만원으로는 공연장 운영이 어려워 식음료 가격을 높게 책정하다 보니 젊은층에게는 적잖이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늘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코미디언들은 자신의 아픔과 문제들을 코미디로 녹여내 관객들에게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었다. 수많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오직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어 한국 코미디계의 전망은 훨씬 밝아보인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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