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사각지대에 내몰린 배달노동자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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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사각지대에 내몰린 배달노동자의 실상
줌인 배달노동자와 시민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배달산업 환경 개선해야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0.29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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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길한샘 충북지회준비위원장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한 배달 시장은 이제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폭우나 폭염, 혹한 등 악천후에서도 배달을 해야 하는 배달라이더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배달노동자 증가, 안전·보호대책은 미비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어느 때보다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을 누리게 해 준 배달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배달노동자는 업무 특성상 수시로 이동하며 오랜 시간 야외에 머무르지만 쉴 수 있는 마땅한 휴식 공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헬멧을 비롯한 기본적인 보호용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소화물 배송대행서비스사업 실태조사에서 2022년 상반기 기준 배달업에 종사하는 배달원 수는 23만명으로 2019년 12만명 수준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배달 건수는 주중엔 37.4건, 주말엔 42.3건이며 최근 6개월간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이 교통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대면 시대에 배달노동자가 급증했지만 이에 대한 안전대책과 보호대책은 미비한 상황인 가운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결정됐다. 디지털플랫폼을 이용해 음식배달을 하는 노동자를 주요 구성원으로 둔 ‘라이더유니온’은 국내 최초의 배달노동자조합으로 2019년 5월에 출범했다. 다른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라이더의 노동환경, 산재, 갑질, 부당해고 등에 맞서며 배달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달노동자들이 청주시청 앞에서 처우 개선을 비롯한 종합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배달노동자의 안전한 근로환경 위해 노동조합 결성

기자는 지난주 청주에서 라이더유니온 소속 조합원이자 충북지회 설립을 위해 힘쓰고 있는 길한샘(32) 준비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배달노동자 하면 보통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쿠팡이츠 등 대형플랫폼에 속해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배달노동자는 10명 중 1명 정도이다. 대부분은 지역의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되어 있고 이런 라이더들의 처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배달노동자의 근로 현장이란 결국 도로인데 도로와 그 주변이 사실 다 위험한 것 투성이다. 예를 들어 도로 위에 물병이나 작은 물체 하나만 있어도 오토바이는 쉽게 넘어질 수 있다. 또한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비오는 날에는 방지턱을 넘다 미끄러지는 경우도 많고, 장마철에 폭우가 계속되면 아스팔트 도로에 포트홀이 생기는데 이것을 못 보고 지나가다가 크게 다치기도 한다. 주로 오토바이로 이동하기 때문에 겨울엔 체감온도가 10도 이상은 더 떨어진다. 라이더들 사이에서 겨울은 장비전이라고 할 정도로 얼마나 많은 방한용품을 갖추고 있냐에 따라 겨울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방한용품이나 필요한 장비 등도 자비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생활고에 쫓기거나 형편이 어려운 라이더들은 제대로 된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청주지역 배달라이더들의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근무환경 개선, 시민들에게 양질 서비스 제공 가능

이에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들을 위해 ▲한파, 폭염 등 기후변화에 따른 라이더 보호 ▲플랫폼노동자를 위한 사회보험 및 보호제도 마련 ▲과도한 보험료 문제 해결 ▲산재/사고 상담 및 지원 ▲배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개선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라이더유니온의 활동과 함께 배달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배달노동자 처우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동안 배달노동자는 전속성(하나의 사업장에 종속돼 일하는지 여부)이 없다는 이유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지난 7월부터 전속성 기준이 폐지되면서 배달노동자 숙원이던 산재보험 가입 문이 열린 것이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얼마 전 고객이나 가게 주인의 폭언 등에 시달리는 배달노동자들의 감정노동 문제에 도움을 주는 건강보호 매뉴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길한샘 준비위원장은 “배달노동자들을 위한 이러한 제도가 앞으로 조금씩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 배달노동자가 필요한 존재인 만큼 상생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배달문화가 일상화되면서 배달라이더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시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달은 자영업자에겐 최소한의 매장 매출을 유지하게 하며 소비자들에겐 끼니를 책임지는 필수 서비스다. 안전한 배달문화 정착과 배달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은 결국 주문받은 물품을 빠르고 안전하게 전하게 함으로써 시민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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