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에 부는 여풍(女風) 여자씨름 전성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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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에 부는 여풍(女風) 여자씨름 전성기 올까?
핫이슈 올해부터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 여성 스포츠 인기 이어갈 것으로 기대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0.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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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추석장사씨름대회 매화급 4강선발전에서 열띤 승부를 벌이고 있는 이연우(화성):이재현(괴산) 선수

 

지난 10월 19일 제104회 전국체전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이목을 끈 종목 중 하나는 올해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씨름이다. 이제 막 기지개를 편 여자씨름이 침체된 씨름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스포츠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자씨름, 현재 6개 팀 40여명의 선수 활동

최근 예능을 점령한 여풍이 이제 스포츠로 향하고 있다. 골때녀(SBS), 스우파(엠넷) 등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데 이어 얼마 전 폐막한 아시안게임도 배드민턴의 안세영, 탁구의 신유빈 등 여성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여 화제가 됐다. 이런 열기는 지난 목요일 폐막한 전국체전으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씨름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여성 스포츠의 인기를 이어갔다. 씨름계는 올해가 여자씨름 저변 확대의 원년이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때맞춰 최근 대전 대덕대학교 등 몇 개 대학이 여자씨름부 신설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우리 씨름의 역사는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지만 여자씨름의 역사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사료를 살펴보면 일제강점기인 1936년 7월 경성에서 여자씨름대회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는 부산일보 기사가 남아 있다. 이후 1991년 전남 구례에서 국내 첫 전국 규모의 여성 씨름대회가 열렸고, 2009년 처음으로 ‘전국 여자 천하장사 씨름대회’가 개최되면서 조금씩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여자씨름은 경기도 화성시청을 포함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6개 팀, 40여명의 선수가 활동 중이며 ▲매화(-60㎏) ▲국화(-70㎏) ▲무궁화급(-80㎏) 총 3개 체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상) 모래판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화성시청 여자씨름단 
사진/ 오병욱 기자
(하) 2022 추석장사씨름대회 여자부 단체전 우승 당시 모습

男씨름과 다른 특유의 부드러움이 매력

얼마 전 기자는 전국체전과 올해 남은 대회 그리고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화성시청 여자씨름단을 찾아가 보았다. 2018년 창단한 화성시청 여자씨름단은 2020년 창단 첫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팀의 수장인 김진성(58) 감독은 “요즘 대회에 나가보면 과거보다 여자씨름의 인기가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자씨름은 남자씨름과 달리 특유의 부드러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감독은 “많은 팬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사랑해주신다면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저희 팀도 최근 태백장사 출신 한승민 코치를 영입,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여자씨름은 아직 선수층이 얇다. 성인부와 대학부를 포함해도 10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만난 화성시청 소속 선수들은 숙소생활도, 대회 준비를 위한 감량도 쉽지 않지만 씨름의 매력이 자신들을 모래판으로 이끌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희준(24, 매화급) 선수는 “박진감 넘치고 역동적인 모습에 반해 씨름 동호회에 가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하는 등 경험을 쌓다가 올해 입단해 본격적으로 선수로 활동 중이다”라고 말했다.
 
체계적인 선발 및 육성 시스템 마련 절실

화성시청 소속 선수이자 국내 여자씨름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인 이연우(32, 매화급) 선수는 “전국체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또 선수로서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씨름을 통한 국제교류가 활발해져 우리 씨름이 세계로 뻗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씨름계에서는 향후 여자씨름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체계적인 선수 선발 및 육성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진성 감독은 “남자씨름의 경우 유소년부터 실업팀까지 체계적인 성장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반면 여자씨름은 아직 제대로 된 선발 및 육성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또 김 감독은 “지금은 유도, 레슬링 등 다른 투기 종목에서 전향한 선수 비중이 높다. 만약 앞으로 여성 선수들도 남성처럼 유소년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면 훨씬 수준 높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씨름계에서는 씨름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어떤 스포츠를 배우거나 즐기려면 접근성이 중요한데 현재 국내에는 씨름 경기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국체전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여자씨름이 앞으로 대한민국 모래판에 거센 여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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