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룻바닥에서 듣는 클래식 콘서트, 1000회를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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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룻바닥에서 듣는 클래식 콘서트, 1000회를 맞이하다
줌인 무대와 객석 경계 허물며 음악적 실험 이어가는 더하우스콘서트에 가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0.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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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더하우스콘서트의 1000회 공연 모습

최근 연주자와 관객 간의 거리를 좁히며 클래식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더하우스콘서트가 화제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음악을 연주자 바로 앞에 앉아서 들을 수 있도록 기획해 클래식을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1년 동안 매주 1회 마룻바닥 콘서트 열어

지난 10월 10일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에는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롯데콘서트홀의 객석 2천여석 대부분은 비워진 채 연주자들이 오른 무대 위에 반원 형태로 놓인 100개의 좌식의자와 합창석, 그리고 날개석(430석)에만 관객들이 자리했다. 연주자들은 관객과 불과 2m도 안 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1번을 연주했으며 관객들은 마치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하듯 이내 클래식의 향연으로 빠져들었다. 이날 공연은 21년 3개월 동안 한주도 쉬지 않고 마룻바닥콘서트를 이어온 ‘더하우스콘서트’가 1000회를 기념하여 준비한 무대다. 
더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의 역사는 2002년 7월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박창수(59)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자택에서 가졌던 하우스콘서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표는 “서울예고 재학 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연습하다가 집에서 느껴지는 아담함과 아늑함이 좋았고, 화려한 무대보다 소박하고 아담한 공간에서 연주자와 관객이 교감하는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콘의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국내 클래식 연주자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깊이 체감했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던 연주자들이 귀국한 뒤 2~3년이 지나면 기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 가정집에서 시작한 하콘의 무대는 오스트리아의 슈베르트 생가, 프랑스의 왕립수도원, 도서관, 식물원, 학교 등으로 확산됐다. 특히 2014년에는 ‘원데이페스티벌’을, 2015년부터는 ‘2016 원먼스페스티벌’을 열어 해외의 수많은 공간과 아티스트를 연결했다. 2020년에는 ‘줄라이페스티벌(7월 한달 동안 한 음악가에 대해 탐구하는 연주회)’을 여는 등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이어오며 현재까지 세계 42개국, 4700명의 연주자와 5만8천여명의 관객을 만났다. 
 

708회 연주회 모습 | 더하우스콘서트 박창수 대표 | 892회 하우스콘서트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브랜든 최

20년 간 변하지 않는 세 가지 원칙 지켜

이 콘서트를 거쳐 간 연주자들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음악가뿐만 아니라 음악공부를 막 시작한 학생까지 아우른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이경숙 전 연세대 음악대학장, 가야금 명인 황병기, 색소폰 연주자 강태환 등 쟁쟁한 인물이 이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유명세를 타기 전부터 하콘의 무대에 올라 성장한 이들도 적지 않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16세에, 임윤찬은 17세에 이 무대에 올랐다. 
하콘의 강선애(40) 수석매니저는 “음악인들에게 하콘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 스스로 찾아오는 곳이 되고, 모인 분들이 애정을 가져주시니 좋은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20년이 흘렀어도 하콘에는 변하지 않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관객들이 연주자들의 숨결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 악기의 울림을 느낄 수 있는 마룻바닥에 앉는다는 것이다. ▲둘째, 입장료를 2만원으로 계속 지켜온 부분(최근 3만원으로 인상)이다. 특히 연주자들에게는 무보수에 가까운 개런티가 지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주자들이 기꺼이 동참한다. ▲셋째, 1회 때부터 1000회 공연까지 모든 공연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 아카이빙(기록보관)을 철저히 한다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씨앗, 기초문화의 중요성을 알아야

하콘은 정규 하우스콘서트 외 전국 문예회관의 무대 위가 객석이 되는 ‘극장판 하우스콘서트’를 론칭하고 지역문화 활성화와 공연문화 인식개선에도 앞장서 왔다. 
박 대표는 ‘기초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전국 공연장이 통상 전체 예산의 80% 안팎을 트로트 가수 섭외에 투입하고 나머지를 쪼개 클래식과 국악 등의 기초문화 공연에 쓰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대중문화가 열매라면 기초문화는 씨앗이다. 베토벤, 바흐가 없었다면 대중음악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하콘은 기초문화를 근간으로 활동했다. 강 수석매니저는 하콘이 음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음악 영재를 발굴할 때 클래식의 범주 안에서 연주하지만 아방가르드(혁신적 예술) 음악도 있다. 특히 무용이나 국악 장르의 음악도 다루며 10~20%는 실험적인 음악, 즉 관객들이 스스로 찾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연주되어야 하는 음악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하콘의 음악회를 다녀간 관객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하콘은 이제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하는 하콘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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