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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국내 첫 꿀벌전문 수의사 정년기 원장을 만나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0.1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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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꿀벌전문 수의사는 단 2명이다. 그 중 지난 30년간 꿀벌의 질병을 치료하는 국내 첫 꿀벌의사 정년기 원장을 만나 최근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의 원인과 향후 대처방안을 들어보았다.

현 추세라면 2035년 지구상에 꿀벌 사라져

“꿀벌이 사라지면 4년 뒤 인류도 멸종한다.”이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자『꿀벌의 생활』의 저자 모리스 마테를링크(벨기에, 1862~1949)의 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작물 중 71%가 꿀벌의 수분으로 열매를 맺는다. 그 꿀벌이 최근 몇 년 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꿀벌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제기되는 것은 ▲기후위기 ▲바이러스성 질병 ▲야생화 감소 ▲과도한 살충제 살포 등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라면 2035년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가운데 꿀벌을 치료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국내 첫 꿀벌전문 수의사 정년기(71) 원장이 주목받고 있다. 기자는 대전 대흥동에 소재한 꿀벌동물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꿀벌의사가 국내에 단 2명밖에 없어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으로 교육과 검진을 다니는 실정인데 마침 이날은 병원업무를 보고 있어 인터뷰가 가능했다.
정년기 원장은 “꿀벌폐사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치료하는 입장에서 보면 양봉기술 및 사육방식이 꿀벌 생존 의 핵심”이라며 “기후와 환경이 급격히 변화되는 가운데 벌들도 살아남기 위해 변하고 있다. 그런데 벌을 키우는 사람은 여전히 같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수십년간 해왔던 방법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더 많은 벌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꿀벌의 유전자를 분석해 바이러스성 질병을 판별하는 정년기 원장 | 꿀벌의사는 양봉장에서 꿀벌의 상태를 살피고 질병을
진단·처방한다

유럽, 꿀벌 질병학 가르치고 선제적 방역 실시

정년기 원장이 꿀벌연구를 시작한 1992년, 그는 수의직 공무원이었다고 한다. 대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꿀벌질병 관련 업무를 맡아 양봉농가에 약품을 지원하는 동안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질병은 하나인데 각기 다른 약이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꿀벌 질병에 관한 올바른 지침이 없다보니 양봉인들이 사람의 질병과 대조해 약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국내에는 양봉기술 서적만 있을 뿐 질병에 관련한 책과 정보가 전무하다시피해 정 원장은 외국 서적과 문헌을 구해 독학으로 연구에 매진했다.
정 원장은 “선진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수의과 대학에서 꿀벌 질병학을 가르치고 있다. 아울러 국가적 차원에서 정기적인 꿀벌 관리와 선제적 방역을 통해 질병을 예방한다. 관리비용은 정부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다. 양봉업이 가장 잘 발달된 슬로베니아에는 꿀벌연구소도 있다”며 “수의사의 관리 하에 있는 외국 양봉인은 질병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하나의 문제에 대해 양봉인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가지 답이 나온다. 질병에 대해서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보다는 오랜 세월 터득해 온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진단하고 처방해왔다”고 전했다.

인간과 벌,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 필요

꿀벌이 가진 질병은 36가지다. 이 질병은 원충, 기생충,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한다. 그중 18가지가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수의사는 어떻게 벌을 치료할까? 정년기 원장은 바이러스 PCR 검사기, 청진기, 열감지 카메라 등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질환에 노출되거나 상처가 난 꿀벌은 살릴 수 없다. 그 벌은 2~3만마리 봉군의 질병을 진단하고 관리하는데 필요한 세포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 현장에서 진단이 이뤄지지만 기어다니거나 마비된 벌은 채취해 병원에서 더욱 정확한 검사를 진행한다”며 “바이러스성 질병의 주요 원인은 굶주림이다. 꿀벌은 스스로 필요한 만큼 양분을 저장하는데 사람이 먹이를 다 빼앗은 후 제대로 보완해 주지 않아 질병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꿀벌의 관점에서 ‘인간은 생존을 위해 비축해 둔 식량을 다 빼앗는 약탈자’로 보이지 않겠나? 사람 중심의 사고방식이 아닌 벌과 공존해 살아야 한다는 교육과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꿀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봉 농가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며 노동력 투입이 적고 자본회전율도 빨라 경영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2011년 1만9000호에서 2015년 2만3000호, 2020년 2만9000호로 증가한 양봉농가는 이제 꿀벌전문 수의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정 원장은 “앞으로 국내 수의과 대학에서 꿀벌 질병학을 가르침으로써 각 시도에 수의사가 1명씩이라도 배치되어 질병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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