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85세 칠곡군 래퍼할머니들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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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85세 칠곡군 래퍼할머니들의 도전
포커스 성인문해교실 할머니들로 구성된 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 활동에 주목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0.1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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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와 칠공주 할머니들과 그룹 결성에 도움을 준 안태기(오른쪽) 주무관과 정우정(왼쪽 상단) 강사

여든이 넘은 나이에 한글을 깨친 경북 칠곡군 성인문해교실 출신 할머니들. 이들은 자신의 손글씨를 컴퓨터용 글씨체로 제작해 화제를 모은데 이어 이번에는 래퍼에 도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칠곡할매글꼴로 유명한 할머니들, 래퍼로 변신

“우리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랩 때리는 옥자! 두이! 태희! 순연! 옥금! 무석! 필선! 순이! 평균 나이 85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얼마 전 기자가 방문한 경북 칠곡 신4리 경로당 앞에서 할머니 래퍼그룹인 ‘수니와 칠공주’의 랩 연습이 한창이었다. 지난 8월에 결성된 수니와 칠공주는 리더인 박점순(81) 할머니부터 아흔이 넘은 최고령자 정두이(92) 할머니, 최연소 장옥금(75) 할머니까지 평균 85세에 달하는 
8명의 할머니로 구성된 그룹이다. 연습 후 이날 경로당을 방문한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수니와 칠공주는 랩 공연을 펼쳤다. “고추밭에 고추 따고 수박밭에 수박 따고” 하면서 어린이들은 할머니의 랩을 듣고 따라하며 즐거워했다.
할머니들은 칠곡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워 시를 쓰고 시집을 발간한 데 이어 직접 쓴 글씨체를 기반으로 컴퓨터 문서용 폰트 ‘칠곡할매글꼴’을 만들었다. 이 글씨체는 대통령 연하장에 사용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들이 이번에는 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를 창단해 본격 활동에 나섰다. 성인문해교실 정우정 강사는 “할머니들에게 우연히 가수들의 랩 영상을 보여드렸는데 그중 한 분이 노래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하시면서 관심을 보이셨고, 우리도 한번 해보자 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랩은 가사도 적어야 돼서 한글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정우정 강사의 도움뿐 아니라 한때 뮤지션을 꿈꿨던 왜관읍 안태기 주무관이 할머니들을 가르치면서 수니와 칠공주가 탄생했다.
 

1.지난 9월, 수니와 칠공주를 응원하는 팬클럽이 결성됐다 2.수니와 칠
공주 리더 박점순 할머니 3.어린이들에게 랩 공연을 펼치는 모습

전쟁의 아픔과 삶의 애환을 랩 가사로 표현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칠곡 할머니들은 6.25전쟁의 아픔과 배우지 못한 서러움, 노년의 외로움 등을 랩으로 선보이고 있다. 랩 가사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겪은 어려웠던 시절과 딸이라는 이유로 한글조차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의 한(恨)이 담겨 있다. 수니와 칠공주는 ‘환장하지’, ‘황학골에 셋째 딸’, ‘학교 종이 댕댕댕’ 등 직접 썼던 시를 랩 가사로 바꿔 7곡을 완성했다. 이필선(87) 할머니는 “전쟁 당시 총소리를 폭죽 소리로 오해한 일과 북한군을 만난 느낌 등을 가사로 표현했다. 랩을 부를 때마다 그날의 아픔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수니와 칠공주의 리더 박점순 할머니는 “딸이라는 이유로 한글조차 배우지 못한 게 평생 한이었는데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우고 세상이 달라졌다. 이름도 쓸 줄 몰랐는데 한글을 배워서 시를 쓰고 책을 내고 은행에 가서 직접 사인도 할 수 있고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요즘에 랩을 시작한 후로 하루에 두어시간씩 연습하는데 사실 몸이 굳어 있고 잘 안된다. 그래도 여럿이 모여 함께 하니까 힘이 나고 다들 웃음꽃이 핀다. 이 나이에 이렇게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며 기뻐했다.

지역축제 등 공연 통해 지역사회에 행복 전달

수니와 칠공주 창단 소식에 지역 곳곳에서 초청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추석날에는 가족들 앞에서 랩을 가르치며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랩에 익숙한 손주는 물론 아들과 며느리까지 이들의 랩을 흥겹게 따라 불렀다고 한다. 이정진(55) 신4리장은 “예전처럼 많은 가족이 모이지 않고 차례를 생략하는 등 명절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데 수니와 칠공주 할머니들로 인해 마을 분위기가 밝고 활기차게 변했다”고 전했다.
또한 수니와 칠공주 결성 이후 이들을 응원하는 팬클럽까지 생겼다. 팬클럽에는 할머니들의 며느리와 손주는 물론 각계각층 주민과 군수 등 50여명이 이름을 올리며 응원에 나섰다. 박점순 할머니의 며느리는 팬클럽 회장을 맡아 수니와 칠공주 활동에 필요한 의상과 신발 등의 물품 마련에 사용해 달라며 1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또한 김재욱(60) 칠곡군수도 팬클럽에 가입하는 것은 물론 수니와 칠공주를 SNS에 소개하고 공연장을 찾아 할머니들을 격려했다. 
칠곡군청 박종석 공보팀장은 “얼마 전 요양원에 갔는데 거기 계신 어르신들이 같은 동년배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 기뻐했고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셨다. 지역축제나 학교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연습해서 지역사회에 기쁨과 행복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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