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국악뮤지컬, 여성국극이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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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국악뮤지컬, 여성국극이 뜨고 있다
포커스 6.25전쟁 직후 서민에 위안 준 여성국극, 최근 젊은층에 새롭게 주목받아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10.0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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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극제작소 황지영(좌)·박수빈(우) 공동대표

195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다 잊혀진 여성국극이 요즘 웹툰과 공연, 드라마 등의 소재로 부각되며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여성국극의 명맥을 잇는 한편, 대중문화로서의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하는 ‘여성국극제작소’ 박수빈 대표를 만나 보았다.

웹툰 ‘정년이’로 부각되어 창극과 드라마로 인기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잊혀졌던 여성국극(國劇)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국극은 1950년대 6.25전쟁으로 혼란하고 고달픈 시기에 국민들에게 위안과 기쁨을 준 최초의 국악뮤지컬이다. 창극과 달리 여성배우로만 구성된 여성국극의 화려한 의상과 분장, 우아하고 애절한 창과 춤, 판타지적인 줄거리는 당시 대중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이에 당대 최고의 공연예술로 자리잡으며 10여년간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1960년대 급작스럽게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판소리 재능을 타고난 소녀 ‘정년’의 여성국극단 입성과 성장을 다룬 네이버 웹툰 ‘정년이(2019)’가 MZ세대의 인기를 얻으며 여성국극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국립창극단이 동명으로 선보인 창극이 2주 전석 매진을 기록, 추가공연 1회 티켓을 오픈했고 9월엔 동명의 TV드라마가 2024년 방영을 목표로 촬영에 들어갔다. 
기자는 지난주 안산에 소재한 여성국극제작소(공동대표 박수빈, 황지영)를 방문해 박수빈(38) 대표를 만났다. 판소리 이수자인 박 대표는 “여성국극은 어려운 말이 많은 판소리와 달리 이해하기 쉽고 편한 말을 사용했기 때문에 평생 까막눈으로 산 시골 할머니라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장르다.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무대장치와 종래 한복위주의 의상을 탈피한 최초의 뮤지컬로서 우리나라 공연계와 예술계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상)출처/ B tv news 캡처
(하)1950년대 인기 여성국극 ‘레전드 춘향전’을 재연한 공연자들

TV와 영화 등장, 극단 난립 등이 쇠퇴의 주요인

박수빈 대표는 “1940년대 말엔 여성국악동호회 성격의 여성국극단이 지나가면 남성들이 욕하고 돌을 던지기도 했다. 여성비하 분위기 속에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었기 때문에 국극단은 거리낌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성공을 위해 내달렸다. 그리하여 단시일 내에 수많은 열혈팬이 생겨났다. 지금의 오빠부대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남장배우에게 애정공세를 퍼부었고 혈서를 쓰며 충성을 약속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여성국극이 쇠퇴의 국면에 접어든 것은 ▲라디오와 TV, 영화가 대중에게 자리잡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다. ▲극단의 난립도 공연의 질적 저하와 흥행의 약화를 불러왔다. ▲이를 기회삼아 남성창극인들은 여성국극을 전통의 아류 혹은 기형으로 격하시키며 비판했고 언론도 이에 합세했다. 박수빈 대표는 “또 다른 이유로는 국극배우들이 공연연습에만 집중하다보니 후진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체계화하지 못한 점이다. 연기술을 전수하지 못해 조금앵같은 배우가 더 이상 배출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여성국극이 근대무형유산으로 지정되길 희망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여성극은 일본과 중국에 각각 다카라즈카(宝塚)와 월극(越劇)으로 존재한다. 1962년 국립국극단(국립창극단 전신)이 창단되며 설자리를 잃어버렸던 여성국극과 달리 다카라즈카는 기업(한큐 전철)의 후원을 받고 월극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여전히 건재하다. 
박 대표는 “일본 다카라즈카 음악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강사, 교수, 연예인으로 초빙되고 극단에서 활동하는 단원들은 철도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다카라즈카市와 도쿄에는 2500석 전용극장이 있는데 티켓을 오픈하면 한 달 치가 하루 만에 매진된다. 얼마 전 100여명의 출연진이 만들어 낸 초호화 공연에 뜨겁게 호응하는 관객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국극단원들은 “전용 극장만이라도 있다면 대중에게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지금은 작품을 무대에서 올린다 해도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아쉬워했다.
박수빈 대표는 요즘 여성국극이 급격히 관심을 받는데 대해 감사와 함께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금은 예술성과 창의성을 인정받아 인기를 얻고 있다기보다는 여성 활동가나 페미니스트 중심으로 관심을 받고 있어 장르의 순수성이 퇴색될까 두렵다”며 “여성국극은 ‘국극’이 주는 고루함에 ‘여성’까지 붙으니 소수의 문화로 치부되기도 한다. 우리 젊은 국극인들은 정체성을 확립하고 명맥을 이어가면서 이미지 변신을 통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적 가치가 있는 여성국극의 지속적인 개발을 위해 조속히 근대무형유산으로 지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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