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파고든 물티슈··· 편리함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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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파고든 물티슈··· 편리함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핫이슈 무심코 버리는 물티슈 폐해의 심각성을 알아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9.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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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물티슈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최근 무분별한 물티슈 사용이 치수(治水)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가 속속 드러나며 물티슈 사용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일회용 빨대보다 플라스틱 성분 더 많이 함유

서초구 양재동의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한 40대 주부는 최근 아파트 내 관리사무소 안내 방송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 내용은 일부 주민들이 무심코 변기에 버린 물티슈가 아파트 내 정화시설에 끼어 수리하는 데에 난항을 겪고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는 내용이었다. 세 아이를 키우다보니 평소 적지 않은 분량의 물티슈를 사용하는 그는 물티슈를 변기에 버리진 않았지만 방송을 들은 이후 물티슈를 사용하거나 버릴 때에 각별히 주의하게 된다고 한다. 
어느덧 물티슈는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사무실이나 자동차에서도 반드시 구비해야 할 필수품이 됐다. 먼지나 오물을 닦을 때 다시 세탁해서 사용해야 하는 걸레와는 달리 사용 후 버리면 되니 바쁜 현대인들에게 물티슈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물티슈에 일회용 빨대보다 폴리에스테르(플라스틱) 성분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간한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플라스틱 중 4.1%를 생산하며 중국(21.0%), 미국(14.5%)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은 월 60회 이상 물티슈를 사용하며 1인당 하루 평균 사용량은 11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잘 알지도 못한 채 소비되는 플라스틱 제품 중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물티슈다.
 

(상) 사진/ JTBC 뉴스캡처
(하) 출처/ 한국환경공단 캠페인 홍보영상 캡처

하수처리장 설비에 걸리는 물티슈 증가 추세

지난 6월 전남 여수 쌍봉천에는 부유물 가득한 물 위에 폐사한 물고기 떼가 떠다니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수처리장의 이물질 제거 장비가 막혀 하수관의 오수가 우수관으로 역류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오수 펌프장의 하수관 이물질 제거 장비에 많은 양의 물티슈가 나뭇가지와 함께 엉킨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는 쌍봉천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4300여곳의 하수처리장 대부분이 물티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처리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자가 취재한 경기도의 한 하수처리장에는 자동스크린 설비를 구비해 놓아 자동으로 협잡물이 걸러지지만 그 분량이 정해져있다 보니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상황이었다. 그곳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최근에 청소 주기가 잦아졌다. 물티슈가 녹지 않다보니 그 양이 점점 많아지면서 엉겨붙어 이를 제거하려면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물티슈를 변기에 버리지 않고 매립, 소각하는 경우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매립해도 썩지 않고 소각하더라도 수분함량이 높아 소각 과정에서도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선진국, 물티슈 사용에 대한 강력한 규제 시행

미•영•EU 등 선진국은 이미 물티슈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수질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2024년부터 물티슈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내 53개의 하수도 막힘을 조사한 결과 93%가 물티슈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관련 청소비용이 연간 1억 파운드(약 1658억3100만원)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역시 물티슈 사용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환경부가 폐기물 관리 문제를 야기하는 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업자들에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폐기물부담금의 형태로만 시행되고 있다. 식당 등의 영업장에서 물티슈 사용을 금하는 시행령은 여러 사정으로 철회된 상황인데다 심지어 물티슈가 플라스틱인지조차 모르는 국민들도 많다. 물티슈와 휴지는 전혀 다른 종류지만 소비자들은 물티슈와 휴지를 동일시하고 변기에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는 물티슈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물티슈를 무상제공 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제품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를 알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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