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화순탄광 향후 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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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화순탄광 향후 남은 과제는?
기획 국내1호 서남권 유일의 화순탄광 폐광 이후 후속대책 마련이 절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8.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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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시작된 우리나라 대표적 광업소 중의 하나인 전남 화순탄광이 지난 6월 폐광했다. 탄광이 사라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지만 118년의 오랜 역사 속에 광부들과 지역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다. 폐광 이후 화순탄광은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 살펴보았다.

국민들의 겨울철 난방 책임졌던 탄광 폐광

2023년 6월 30일을 기점으로 국내1호, 서남권 유일의 공영탄광인 화순광업소가 폐광됐다. 화순탄광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강원도 태백의 장성광업소, 2025년에는 강원도 삼척 도계광업소가 폐광될 예정이다. 재정 절감과 탄광 근로자들의 안전문제를 이유로 정부가 순차적인 폐광을 결정한 사실은 이제 석탄산업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한때 석탄은 대한민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제1의 에너지원이었다. 대한석탄공사가 발간하는 ‘한국의 석탄산업 100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무연탄 생산량은 1982년에 2천만톤을 돌파했고, 1988년에는 사상 최대인 2560만톤을 생산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겨울철 난방을 책임짐은 물론,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오랫동안 우리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원을 만들었던 곳인 만큼 폐광 소식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당연지사다.
1905년 시작된 화순탄광은 화순군 동면 복암리 일대에 위치했으며 갱도길이 80㎞ 규모로 호남지역 최대 규모다. 1943년 광업권을 매입한 일본이 탄광으로 개발하며 본격적인 채굴을 시작해 70~80년대에는 연간 70만 5천톤을 채광하며 강원도 삼척, 영월, 태백 탄광과 함께 4대 탄광으로 꼽혔다. 또 번영을 누렸던 화순탄광은 한때 연간 1700여명의 종사자들이 근무할 정도로 많은 근로자들로 북적였다. 반면 사고와 진폐증으로 사망한 근로자들도 적지 않았다. 화순탄광은 폐광하는 지난 6월 말까지도 263명이 근무해 광부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평가되었다. 
 

(상) 출처/ MBC광주 뉴스캡쳐 | 화순광업소 내부 모습
(하)지난 6월 30일 화순광업소 종업식을 마친 후 광산근로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제공/ 화순군

평생 광부로 일했던 200여명의 근로자 실직

석탄의 경우 생산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은 갱도로 들어가야 추가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석탄을 생산하는 원가는 상승하는데 비해 연탄이 서민 연료라는 이유로 가격인상을 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매년 3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연탄 보조에 투입해 왔고 조기 폐광할 경우 약 1조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평생을 탄광에서 종사해 온 광부들의 실직이다. 대한석탄공사노동조합 손병진(55) 화순 지부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전남도에서 탄광 근로자들을 위한 직업 전환 설명회를 했다. 그러나 사실 평생 살았던 고향을 떠나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다. 지자체에서 조선업을 제시했는데 평생 지하 1000m 이상의 열악한 상황에서 일했던 광부들이 또 다른 종류의 극한직업인 조선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현재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10여명은 도계탄광으로 이동하고 10여명은 조선업으로 재취업했으며 또 50여명은 연말까지 이곳에 남아 폐광 관리업무를 맡게 됐다. 하지만 결국 남은 200여명은 실직한다. 폐광 이후 어떤 대체산업으로 전환될지 모르지만 평생 광부로 일했던 근로자들이 그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생기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와 함께 대체산업 발굴해야 

이처럼 화순탄광의 폐광에 대한 지역사회의 아쉬움과 새로운 기대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전남도 및 화순군은 폐광으로 인한 지역경제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과 지속적인 협력회의를 열고 있다. ▲폐광지역 복구와 ▲대체산업 발굴 ▲퇴직근로자 재취업 지원 방안 마련 등이 주요 안건이다. 
특히 전남도가 대한석탄공사 소유의 화순탄광 부지 매입비(319억원)와 추모공원 조성 사업비(30억원)의 국비지원을 건의했다. 추모공원 조성을 위한 예산안이 올해 안에 나오면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화순군은 매년 60억원 상당의 폐광지역 개발기금을 활용해 기반시설, 주민소득, 복지사업 등도 추진 중에 있다. 
화순광업소 종업식에서 구복규(68) 화순군수는 용역 진행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고된 채탄작업을 통해 국가와 화순경제에 이바지한 광산근로자들이 충분한 지원과 예우를 받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구 군수의 말처럼 폐광이 끝이 아니라 인생 전부를 탄광에 바친 광부들의 노고와 역사적 가치가 잊히지 않고 잘 보존되길 바라며 이를 통해 화순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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