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역, 에베레스트 등정 70주년 히말라야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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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영역, 에베레스트 등정 70주년 히말라야의 어제와 오늘
기획 [기획특집] 모험과 도전의 場에서 관광명소 된 후 쓰레기 넘치고 사망사고도 잦아 우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8.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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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파족 마을 남체바자르(해발 3440m) | 관광명소가 된 남체바자르의 힌 카페 전체사진제공/ 김미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인간에게 정상을 허용한 지 어느덧 70년이 되었다. 이후 수많은 등반가와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히말라야가 최근에는 버려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비극의 장소로 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호텔과 상점 밀집한 셰르파족 고산마을

올해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 등정 70주년이 되는 해다. 뉴질랜드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의 등정 이후, 히말라야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봄 네팔 정부는 역대 최고인 479건의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내줬다.
히말라야 고봉 14좌를 완등한 김미곤(51) 대장은 “네팔 에베레스트의 베이스캠프(5200m)로 가는 트레킹 코스에는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으로 가득하다. 그 모습은 마치 주말에 북한산, 청계산을 향하는 행렬과 다름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서 히말라야 원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셰르파족의 삶 또한 크게 달라졌다. 3000~4000m 고산지대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셰르파족은 이제 산악 관련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옥수수와 밀이 경작되던 산간마을은 호텔과 찻집, 상점이 밀집한 관광지로 변했다. 김 대장은 “베이스캠프까지 짐을 운반해 주는 포터가 7일에 $100 이상을 받고, 등반을 돕는 셰르파는 1회 등반에 $7000~$20000를 받는다. 몬순시즌(6~8월)을 제외하고 연중 활동하기 때문에 직장인의 월급 ($150~$300)에 비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곤 대장이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 및 산악인들과 히말라야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네팔, 쓰레기 예치금 받아도 관리에 한계

등반객의 증가는 쓰레기의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5월 셰르파 ‘밍마 텐지’가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마지막 캠프 ‘사우스콜’ 부근에 버려진 텐트와 산소통, 침낭, 그릇 등 각종 쓰레기로 뒤덮인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가 등반팀과 200㎏에 달하는 쓰레기를 치우며 찍은 사진을 보고 전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네팔 정부는 2014년부터 $2000~$4000(한화 525만원)의 청소비 예치금을 받은 뒤, 쓰레기를 가지고 내려오면 환급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환급률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2019년, 블랙야크(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강태선(74) 회장과 함께 네팔 카트만두에서 5400m 지점 베이스캠프까지 오르며 300㎏의 쓰레기를 수거했던 김미곤 대장은 “대부분의 트레커가 입산신청부터 쓰레기 수거까지 일련의 행정업무를 현지 트레킹대행사에게 맡긴다. 대행사는 베이스캠프의 쓰레기 30㎏당 1인의 포터를 고용하는데 포터들이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서 히말라야에 한국 쓰레기가 많다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한국 산악인들은 자기 몫만 챙겨오는 타 민족과 달리 한국과자나 물품 등을 많이 챙겨가서 현지인에게 선물한다. 문제는 환경의식이 거의 없는 현지인들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기 때문에 자주 눈에 띄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첨단 장비 의존해 무모한 도전, 사망사고 급증

올해는 에베레스트 등정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지만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봄에만도 17명이 등반 중 사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사망사고 급증의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미곤 대장은 20년 전에 비해 더욱 정확한 기상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현재, 기후변화가 사망률을 높였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날씨가 따뜻해져 설선(雪線)이 높아졌다. 이는 장점으로 작용해 등산화 바닥에 부착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도 등반이 가능하고, 숨겨졌던 크레바스가 드러났기 때문에 급작스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의 주된 원인이 ‘등반기술 및 교육 부족’이라고 강조하며 “과거엔 체력단련과 정신무장을 위해 긴 시간 훈련하고 다양한 기술 습득과 철저한 교육으로 등반을 준비했다. 그런데 요즘은 SNS에서 넘쳐나는 부정확한 정보와 최첨단 장비만을 믿고 무모하게 도전함으로써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이와같이 고봉 등반 전력이 없는 여행객에 경험이 부족한 셰르파까지 합류하면서 사고가 대폭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한국 최초로 에베레스트와 로체(8516m)를 연속 등정해 ‘철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미곤 대장. 인터뷰 말미에 “정상에 올랐던 영광의 순간보다 내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했던 순간들이 더 크게 마음에 남아 산을 오를 때마다 겸비한 자세로 끊임없이 점검하고 성찰하게 된다”는 김 대장의 고백이 오래도록 귓전을 맴돌았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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