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사랑에 빠진 美 청년 의학도를 아시나요?
상태바
한의학과 사랑에 빠진 美 청년 의학도를 아시나요?
줌인 10년 전 한국에 온 나비씨, 한의학에 대한 열정으로 새로운 꿈 펼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8.12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의사가 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은 이란계 미국인 나비 니마 존  사진/ 오병욱 기자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었다. 다양한 이유로 한국으로 온 이들은 이제 성공적인 정착을 넘어 한국사회의 각 분야에 기여하며 그들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고향을 떠나 한국을 찾은 미국인 나비(32)씨의 삶을 조명해본다.

美 의대지망생이 한의학에 매료된 이유

지난 2월, KBS1 TV의『이웃집 찰스』375회에 한의사가 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나비 니마 존’의 사연이 소개됐다. 당시 나비씨가 한의학에 매료되어 한국어와 한자 공부를 병행하며 삼수 끝에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는 사실과 한의대에서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그의 삶에 대해 ‘포기라는 단어를 포기한 채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창 장마가 지속됐던 지난달, 기자는 서울의 한 카페에서 나비씨를 만났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방학 기간 동안 한방병원에서 실습 스케줄로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를 만나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의사에 꿈을 갖고 뉴욕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후 의대 입학을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현대의학의 환원주의적(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경향) 접근 방식에 한계가 많이 느껴졌고 이후 다양한 의학에 대해 공부하던 중 전일주의적(전체를 이루는 각 요소가 유기적 관계를 이룬다는 이론) 접근을 중시하는 동양의학의 세계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동양의학을 배울 수 있는 국가 중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동양의학 핵심인 전인치료적인 느낌을 중국과 일본 문화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개인보다 단체로 연결된 사고가 잘 발달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내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라고 하는 대목, 공동체적인 문화가 형성된 부분까지. 상호보완적이고 유기적인 사고방식이 내재되어 있는 한국문화가 동양의학을 공부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외부 실습 과정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을 방문한 나비씨(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나비씨)

어려웠던 한국생활, 최고 의사 되는 과정이라 생각

나비씨가 한국행을 결정하자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와 그는 거의 매일 싸웠고, 어머니는 2년 동안 그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밖에도 그가 2013년 처음 한국 대입 준비 과정에서 외국인전형 시스템을 정확히 알지 못해 삼수를 했던 일, 1년 반 만에 한자 2급 자격증을 딴 일 등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국생활 10년차를 맞은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국어도 한자도 아닌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며 난생 처음 내 잠재력이 억눌리는 느낌이었다. 교수님들에게 함부로 질문하면 안 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가끔 질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교수님도 있었지만 말이다. 또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관련 분야의 지식과 능력을 최대한 늘려야 했기에 계속 연구하고 질문했다면 다른 학생들은 시험에 나오는 것만 배워 빨리 졸업하고 면허를 받아 한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때문에 미움을 사기도 했고 심지어 어떤 학생은 싸움을 걸기도 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나 나비씨는 어려웠던 지난 시간을 최고의 의사가 되는 과정 중 생긴 에피소드일 뿐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부산 구포 약재 시장에서 쌍화탕을 만들 재료를 구입하는 나비씨 
사진/ KBS1TV 이웃집찰스 방송 캡처

양의학·한의학 병행해 많은 환자 돕고 싶어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묻자 “서울 신촌에서 한 남성이 쓰러졌는데 심정지는 아니었지만 의식이 없었다. 그때 내가 전인치료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그분에게 몇 가지 처치를 했는데 1분 안에 깨어났다. 한의학의 핵심은 기와 혈의 순환을 돕는 것인데 그 환자를 보니 얼굴과 귀가 빨개서 혈류 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고 이어 바이탈을 체크하면서 귀를 차게 해드렸다. 그 외에도 유사한 경험이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 덕분에 다른 사람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한의학은 나비씨가 평소 갖고 있던 현대의학의 한계에 대한 열쇠였다. 한의학 공부를 마치는 대로 미국으로 돌아가 흉부외과 과정을 마치는 것이 당초 그의 목표였다. 하지만 그는 한의사 국가고시를 치른 후 다시 의전원에 들어가 4년 과정의 의학공부를 더 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는 “현대의학의 단점은 한의학의 장점이며 한의학의 단점은 현대의학의 장점이다. 한의학은 미로를 위에서 보면서 어떻게 가야할지 파악하는 것이고 현대의학은 미로 아래에서 바로 앞에 있는 것을 자세히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 둘을 병행하면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향후 한의학과 양의학을 병행하여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