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앞둔 어업인들의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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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앞둔 어업인들의 심경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7.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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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최대 규모인 포항 죽도시장 모습 사진/ 천영환 객원기자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구체화되며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커지는 불안감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따로 있다.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생계를 위협받으며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수많은 수산업자와 어시장의 상인들이다.

동해안 최대 규모인 포항 죽도시장도 타격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결정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사실 원전 처리수 방류 결정보다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는 정치권의 대립으로 겪는 파장이 더 크다는 것이 어업계 현장의 분위기다. 7월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뒤 정쟁은 더 악화되어 어민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7월 중순 한창 장마가 지속되던 주말에 취재팀은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포항시 죽도시장을 찾았다. 장마철이라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시장 입구에는 관광객들이 제법 드나들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평소 인파로 가득 찼던 시장 골목이 텅 비어 있었다. 죽도시장에서 45년째 생선을 팔고 있는 87세의 한 상인은 “보통 하루에 20만원어치를 팔았는데 요즘은 하루에 2~3만원어치 팔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고, 한 청년 상인은 “성수기에 이렇게 손님이 없는 경우는 처음 본다. 아직 나이가 어리다보니 다른 일을 알아봐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소금을 비롯한 수산물을 안 먹겠다고 하는 건 다 같이 죽자는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포항시가 주기적으로 수산물 안전검사를 시행해서 문제되는 수산물이 한 건도 없다고 발표해도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7월 10일 부산역에서 열린 수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 | 휴가철을 맞았지만 포항 죽도시장의 골목은 한산하다

근거없는 괴담, 어업인들에 치명적 피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를 떠올려 보면 ‘고등어, 멸치 등의 생선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출된 세슘이 축적되어 있어 향후 수백년은 생선을 먹으면 안 된다’는 괴담이 판을 쳤다. 당시에도 업계는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그 일을 문제 삼아 수산물을 기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막연한 공포가 아닌 철저하게 검증된 명확한 근거와 과학적 기반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 뜬소문으로 어업인이 생계를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죽도시장 상인연합회 박태용(70) 회장은 “수산물을 먹으면 지금 당장 뇌에 구멍이 날 것처럼 떠들어놓고 지금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다. 무심코 내뱉은 정치인들의 한마디에 어업인들은 다 죽는데 정치인들은 책임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부가 수치를 근거로 명확한 기준을 명시하고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구체적인 업무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또 방류했을 때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발표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전국을 다니면서 수산물을 사먹는 등 자발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도시장의 연 매출은 1조4천900억원인데 현재 3천500억원이 감소했다. 곧 대게와 과메기 철이 다가오는데 대책이 없으니 앞이 캄캄하다”고 걱정했다. 

정치권•언론이 국민들의 고통 생각하길 당부

지난 10일 한국연안어업중앙연합회 소속의 어업인 2천여명이 부산역에 모여 ‘우리 수산물 소비 촉진 어민 호소대회’를 열고 수산물 안전을 호소했다. 13일에는 충남 서천에서 모여 소비 촉진 캠페인을 여는 등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연안어업중앙연합회 김대성(69) 회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바다가 오염된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오염됐다고 생각한다. 바다와 수산물은 안전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태평양 해류의 순환에 따라 이동한 처리수는 캘리포니아 해류와 북적도 해류를 거쳐 다시 아시아로 돌아오는데 최소 4~5년이 걸린다고 한다. 또 45년 동안 고기를 잡고 있지만 일본산 고기를 한 마리도 잡은 적이 없다. 지구가 거꾸로 돌지 않는 한 일본의 해류가 절대 우리나라로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어려운 상황을 겪었지만 아직 처리수 방류도 하지 않았는데 뜬소문에 이렇게 타격을 입기는 난생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어업인들이 합심해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업계 종사자들은 수산물 가격이 70% 떨어졌다고 했다. 너무 터무니없는 메시지가 매스컴을 통해 연일 전달되니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제 정치권이나 언론이 국민들의 고통이 무엇인지 헤아려 보다 신중한 언행을 해주길 간곡하게 바라고 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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