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버지와 음악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할아버지는 만주에서 11년간 독립 운동을 하시다가 해방 후 남쪽으로 내려와 아버지를 낳으셨고 일찍 돌아가셨다. 그런 영향인지 일찍부터 혼자가 되신 아버지는 모든 면에서 엄격하셨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떼를 쓰거나 징징대는 것을 아버지는 절대 받아주지 않으셨고, 때론 학교 선생님에게 혼나는 것보다 더 엄할 정도로 무섭게 대하셨다. 당시에는 무서운 아버지였지만 되돌아보면 지금의 나 자신을 만들어 준 것이 결국 아버지였음을 보게 된다.
필자는 1993년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에 입단해 지금은 근무한 지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여러 번 지휘자가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여러 악기의 소리가 같은 음악인데도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본다. 자신의 음악을 고집하며 기존대로 연주한다면 지휘자의 색깔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꺾고 지휘자에 맞춰야 하는 훈련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 자신을 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엄격함과 지금까지 음악을 해 온 일들이 결국 나 자신의 마음을 꺾는 훈련이 되었다. 이러한 훈련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 주장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맞춰가는 계기가 되어 우리 삶을 성숙시켜 준다.
박덕귀 단원/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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