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한의사 소외열대질환[NTDs]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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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한의사 소외열대질환[NTDs]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다
핫이슈 세계보건기구(WHO) Skin NTDs 회의에서 부룰리궤양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 발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4.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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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한의원 황효정(63) 원장 사진/ 오병욱 기자


지난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에서 제1회 Skin NTDs(피부 소외열대질환) 회의가 열렸다. 소외열대질환의 일종인 부룰리궤양 치료제를 개발, 국내 의료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공식 초청을 받은 황효정 원장을 단독 취재했다.

기존 치료보다 효과 탁월, 부작용 없어 연구진도 감탄

“부룰리궤양 환자를 처음 보고 ‘사람이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한의학 지식을 활용해서 그들을 돕고 싶었다.” 
지난 월요일 기자가 서울 서초구 모래시계 한의원에서 만난 황효정(63) 원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3월말 한국 의료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최한 Skin NTDs(피부 소외열대질환) 회의에 초청을 받았다. Skin NTDs 회의는 세계 250여명의 질병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피부 소외열대질환 관리 방안과 최신 연구 성과 등을 공유하는 국제회의다. 
황 원장이 Skin NTDs 회의에 초청 받은 이유는 그가 개발한 SRM1(Skin Renewal Medicine)을 부룰리궤양 치료에 사용한 임상시험 결과가 이번 회의에서 게시,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부룰리궤양(Buruli ulcer)은 결핵, 한센병의 원인균과 같은 ‘마이코박테리움’에 의해서 발병한다. 피부에 광범위한 궤양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균이 근육과 뼈까지 파고들어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끔찍한 질병이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살을 파먹는 질병, 저주의 병으로 불린다. 황 원장은 “임상시험 결과 항생제와 SRM1을 함께 사용했을 때 항생제 치료만 했을 때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BM1을 제공했다. 추정차이는 1.72kg/m2 이다. 또 구토, 복통, 가려움증 등 아무런 부작용도 찾지 못했다. 환자들도 복용에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 임상의들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의료봉사 중 부룰리궤양 환자 만난 것이 개발 계기 

황효정 원장이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는 부룰리궤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트디부아르 의료봉사활동을 준비 중이던 그는 국내 한 언론사로부터 부룰리궤양 환자들을 진료하는 모습을 취재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황 원장은 “현지에 도착해서 큰 충격을 받았다. 한 마을 전체가 부룰리궤양 환자들이었다. 궤양으로 표피가 손상되어 진피가 그대로 드러나고, 이미 병이 심해져 몸이 기형으로 변해있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당시 아토피 등 피부질환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져간 약재 며칠 분을 주고 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한 달 후쯤 현지에서 내가 주고 온 한약을 먹은 환자들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후 본격적으로 부룰리궤양 치료제 개발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지난해 3월 코트디부아르 정부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상)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左)과 황효정(右) 원장
(하) 코트디부아르에서 의료봉사 중인 모습

소외열대질환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 주고 싶어

황 원장은 “이번 임상시험은 코트디부아르 정부가 비용을 부담했고 코트디부아르 파스퇴르 연구소, 코코디대학, 주 코트디부아르 스위스 과학센터 등이 참여해 1년 동안 WHO 표준치료와 WHO 표준치료·SRM1 병행 치료를 비교 연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임상은 궤양의 크기가 10㎝ 미만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향후 궤양의 크기가 10㎝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SRM1만으로 2~3년에 걸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SRM1이 부룰리궤양 외에 다른 질병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전 세계 10억명 이상이 한 가지 이상의 소외열대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들에게 새로운 힘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황 원장은 이번 회의에 참여해 보니 우리나라가 경제력과 의료기술 수준에 비해 개발도상국 대상 보건·의료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 현지에서 만난 각국 의료 전문가들도 한국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앞으로 우리 정부도 과거 우리가 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던 것처럼 그들을 돕는 일에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살을 파먹는 병 부룰리궤양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소외열대질환 중 하나로 열대·아열대지역 33개 이상의 국가에서 보고되는 질병이다. 마이코박테리움이라는 세균에 의해 발병하며 균이 침투하면 피하지방을 파먹고 근육과 뼈까지 파고 들어간다. 심할 경우 발병 부위를 절단해 장애를 유발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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