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진료 대란 속 지방 도시 실상을 점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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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진료 대란 속 지방 도시 실상을 점검하다
현장르포 소아과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 환자 받아주는 병원 없어 전전긍긍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2.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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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아동병원 박진홍 원장 사진/ 천영환 객원기자

최근 저출산으로 소아 환자의 수가 줄고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면서 필수의료 분야인 소아청소년과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지방의 소아과 상황은 어떤지 경남 거제시 거제아동병원을 찾아가 보았다.

소아과 폐업 속출 등으로 진료 대란 확산

작년 겨울부터 독감 환자 증가와 코로나19 재유행이 겹치면서 소아과 방문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네 소아과 수는 점점 줄어들어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대기하는 소위 ‘오픈런(Open Run)’ 현상까지 지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으로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은 늘어나지 않는 반면에 환자는 급증하면서 진료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자는 경남 거제도의 거제아동병원을 방문해 실상을 알아보았다. 
박진홍(61) 원장은 “거리두기를 하면서 집단면역을 획득할 기회가 없었고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바이러스가 나타나니까 환자들이 몰려 오픈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우리 병원에서도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몰려든 환자로 바빴다”라고 전했다. 게다가 동네 소아과 자체도 감소세다. 지난 5년간 폐업 신고한 전국 소아과 의원이 660여개에 달한다. 박 원장은 ”코로나 기간에 거리두기와 마스크 효과로 환자가 거의 없어 병원들이 적자에 많이 시달렸다. 그래서 소아과 의사들이 폐업을 하거나 요양병원 등으로 업종을 바꾸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1.저출산과 인력난으로 위기에 처한 소아과 2.거제아동병원 전경
3.전문가들과 소아 의료체계 대책을 논의하는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 심각

진료 대란 문제는 동네 소아과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에서 더 심각하다. 소아과 기피 현상으로 응급 환자를 돌보는 전공의가 부족해지면서 입원진료를 중단하거나 진료 시간을 단축한 상급종합병원이 증가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집계한 2023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총 53명으로 전체 정원 208명 중 25%에 불과했다. 조선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지방의 대학병원들은 전공의를 한 명도 뽑지 못했다.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2020년부터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하다가 결국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한때 중단하기도 했었다. 진료 대기가 길어지는 불편함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 응급 진료 등이 원활하지 않아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박 원장은 “예전에 급성 폐쇄성 후두염(Croup) 환자가 발생해 응급처치한 후 대학병원에 보내려고 구급차로 이송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결이 안 되고 병원에서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환자를 힘들게 보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가 부족해 교수가 응급실 당직을 서야하는 등 열악한 근무 여건이 발생하면서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소아진료 체계 개선 방침에 일말 기대감

소아과 기피 현상은 저출산 영향도 있지만 성형외과나 피부과와 같은 인기 과목에 대한 편중과 낮은 진료 수가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박 원장은 “소아과는 다른 과와는 달리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다. 또한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진찰이나 치료 과정은 성인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위험 부담도 크다. 그런데 진료 난이도에 관한 것은 수가에 가산이 되지 않을뿐더러 저출산으로 진료량은 줄어들기 때문에 미래를 비관적으로 여겨 소아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아과 의료체계 붕괴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이 위기를 해소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박진홍 원장은 “의사들이 소아과를 떠나지 않고 계속 진료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가장 큰 핵심이 되는 것이 진료 수가이다. 수가를 인상해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데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하는 등 진료 현장을 살펴보았다. 이어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아이들 건강을 챙기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며 소아과 전문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등 소아 의료체계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정부가 ▲중증 소아 의료체계 확충 ▲야간·휴일 등 소아진료 사각지대 해소 ▲소아 의료인력 확보 등 개선 대책을 내놓았으나 핵심대책인 수가 인상에 대해서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와 향후 개선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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