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모래바람 속 해외건설 신화 이룬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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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모래바람 속 해외건설 신화 이룬 주역들 
기획 신년기획 | 기억해야 할 대한민국의 영웅들 ③
가족과 나라를 위해 기회의 땅 중동으로 떠나 벌어들인 외화,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기여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2.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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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우디아라비아 우라이자 고속도로 건설 공사 현장 2.리비아 대수로 공사 모습 3.중동에서 돌아온 한국인 근로자들 4.바레인 마나마 지역 내 주택성 사무실
건설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5.한국 건설 업체에서 시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주택 출처/ 해외건설협회·K-공감누리집

6.25전쟁의 폐허 속에 가난으로 얼룩졌던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2023년 현재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에 본지는 신년기획으로 대한민국 발전의 근간을 이루었던 숨은 영웅들을 3회에 걸쳐 재조명해 보았다.

Contents
      1.  파독근로자,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초석이다
      2. 베트남전 특수로 열린 대한민국 부국강병의 길
 ▶  3. 폭염과 모래바람 속 해외건설 신화 이룬 주역들


석유 파동 이후 한국 건설기업 중동 진출 러시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오일쇼크)이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원유 생산량이 줄면서 유가는 빠르게 상승했고 석유 수입국이자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던 우리나라의 경제는 휘청거렸다. 반면 원유 수출국인 중동 국가에서는 오일머니가 넘쳐나 공항, 항만, 도로 등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에 나섰다. 이에 한국 건설기업은 중동으로 눈을 돌렸고 정부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에 중점을 두고 중동과 유대를 강화하며 해외 건설 붐을 이루는 계기를 마련했다. 
1970~1980년대 국내 경제성장을 이끈 중동건설 붐의 첫 단추는 삼환기업이 따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울라와 카이바를 잇는 고속도로(2400만달러) 건설공사였다. 이어 1976년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지역에 9억4000만달러 규모의 산업항만 건설공사를 맡아 호황기를 맞게 되었다. 이 밖에도 동아건설 리비아 대수로 공사, 대우건설 파키스탄 고속도로 건설 등 1985년까지 7백억달러의 공사를 수주하였다. 이렇게 중동 건설 붐이 시작되면서 1975년 7억5000만달러에 불과하던 건설수주액이 1980년 82억달러로 10배 이상 크게 늘었고 건설수주로 들어온 오일달러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현대건설 중동파견 근로자가족 위안의 밤 행사(출처: 국가기록원) | 주베일 산업항 건설 자재를 실은 배(출처: 현대건설)

섭씨 50도의 악조건 견뎌낸 중동 근로자의 삶 

그 바탕에는 외화를 벌기 위해 해외로 떠난 수많은 한국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중동 건설인력 진출 또한 빠르게 증가해 수십만명에 달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978년 8만4천여명부터 시작하여 1982년에는 17만1천여명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사들은 서로 앞다퉈 근로자 모집에 전력을 기울였다. 대형 건설사는 자체 직업훈련소를 만들어 기능공 양성에 열을 올렸다. 리비아의 학교건설 현장에서 근무했던 선희열(72)씨는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 대우건설 중동파견 근로자직에 응시했다. 체력시험이 있었는데 모래 포대를 메고 뛰었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에서 고된 일과 반복된 생활에 한국에 돌아오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1시간에 1달러의 임금을 받으면서 그 돈으로 빚을 갚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동에 진출한 한국인 건설근로자들은 가족과 떨어져 향수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사막의 열기와 모래바람에 맞서야 하는 등 고충과 애환이 많았다. 장홍섭(65)씨는 85년 이라크의 병원건설 현장에서 설비팀으로 근무했었다. 장씨는 “한여름에는 50도가 넘어갈 정도로 기후가 악조건이었고 당시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 중인데다 튀르키예의 쿠르드족이 출몰하는 등 위험한 상황도 많았다. 입에 맞지 않은 음식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양배추 김치 같은 현지에서 조달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김치와 고추장으로 만든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웠다”고 전했다.

한국인의 근면·성실성, 중동 신화의 토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근로자들은 근면과 성실, 도전정신으로 중동신화를 이뤄냈다. 기일을 맞추기 위해 횃불을 밝힌 채 야간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본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크게 감탄하며 “저렇게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들에겐 공사를 더 주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일화까지 전해진다. 근면성실한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성공적인 공사 수행은 이후 선진국 업체들이 독차지했던 공사를 한국 기업이 수주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한 건설업체 지사장은 “한국업체들에 대한 평가가 좋을뿐더러 기술력을 인정받아 후속공사 수주와 함께 중동지역 건설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자본이나 기술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건설이라는 무기를 들고 사막의 땅인 중동으로 진출한 것은 한국 경제성장 견인에 기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베트남 그리고 중동까지 그곳에 나간 한국인들은 오직 가족과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렇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의 피와 땀, 눈물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것을… 신년기획 3회 시리즈(기억해야 할 대한민국의 영웅들)를 마무리하며 이들이야말로 우리 역사의 숨은 영웅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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