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해돋이 명소 정동진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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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해돋이 명소 정동진의 어제와 오늘
줌인 드라마 ‘모래시계’ 계기로 유명해져 전국 일출 관광상품 개발의 시초로 회자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2.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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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명소로 부상해 연간 200만명이 방문했던 정동진의 영화(榮華)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가운데 정체기에 접어든 강릉 강동면 정동진 일대. 강동면 번영회장을 만나 경제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청량리발 무궁화호를 타고 새벽 4시경 정동진역에 내린 사람들(2019년)

몰락한 탄광촌에서 일출 명소로 급부상해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의 해돋이 명소들은 1월 1일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각 방송국은 이른 아침부터 여러 명소와 연결한 다원중계를 통해 새해를 맞는 설렘과 기대를 전했다. 
우리 국민들이 새해 해맞이에 열광하게 된 시작은 무엇일까? 바로 1995년 평균 시청률 47%를 기록한 SBS드라마 ‘모래시계(연출 김종학)’가 큰 인기를 얻으며 생겨난 ‘정동진 해돋이 열차’다. 해돋이 열차는 새해 해맞이를 유행시키는 한편, 연간 200만명을 정동진으로 실어 나르며 일출여행의 감동을 선사했다. 과거, 폐역까지 검토될 정도로 몰락했던 정동진의 명성은 열차를 계기로 급부상했고 지역경제는 크게 활성화됐다. 올해도 첫 새벽, 정동진에는 1만600대의 차량이 줄지어 들어섰다.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정동진역은 탄광촌의 화물 수송을 위해 조성된 간이역이었다. 강동면 번영회 최완규(58) 회장은 “60~70년대 이곳은 외지인들이 석탄을 캐러 몰려들어 영동광업소, 강릉광업소, 화성광업소 등이 세워지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런데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로 모두 폐광되면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1200명에 달하던 초등학생은 50명 미만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그런 정동진에 귀가시계라고 불렸던 ‘모래시계’ 열풍으로 상가가 들어서고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동진역 도착 열차 중단 이후 방문객 급감 

최 회장은 “수많은 연인들이 서울, 부산, 광주 등에서 기차를 타고 새벽 4~5시 정동진역에 내렸다. 백사장에는 일출을 기다리며 신문지를 덮고 쪽잠을 자는 사람들로 즐비했다. 2000년에는 12월 31일에 보신각 제야의 타종행사와 동양최대 규모의 정동진 모래시계 회전행사가 이원방송으로 중계될 정도로 인기는 폭발했다. 드라마로 알려진 정동진은 바다를 기반으로 썬크루즈 호텔, 모래시계공원, 레일바이크 등 관광상품을 내놓으며 지속적인 관광객 유입을 꾀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궁금해 지난 1월 기자는 겨울 추위를 뚫고 정동진을 방문했다. 정동진역 근처 2층 통유리 카페건물에 들어섰다. 빼곡히 들어찬 좌석엔 사람 하나 없었다. 1997년부터 25년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곳 썬카페 윤병문 사장(68)은 “예전엔 직원들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며 무박2일로 내려온 손님을 쉴새없이 받았다. 이제는 직원 한명만 남았다”며 “IMF때도 6시간동안 무궁화호를 타고 내려와 일출을 본 후, 마음을 다잡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2018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KTX 강릉선이 개통되자 2020년 무궁화호 운행이 중단됐다. 덩달아 방문객도 급감했다. 오는 3월, 정동진 역사(驛舍)를 7배로 확대·신축할 예정이지만 동해역-정동진역 간 셔틀열차를 갈아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방문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와 인터뷰 중인 강동면 번영회 최완규 회장 |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기 위해 5만명이 정동진에 모여들었다


새해 첫날 5만명 방문했으나 경제효과 미미

새해 첫날 30만명이 강릉을 찾았다. 경포대 15만명, 정동진과 안목해변에 각각 5만명이 방문했지만 주민들은 경제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최 회장은 “과거엔 숙박을 한 후, 일출을 보러 바닷가로 나갔다. 방이 없으면 주차장이나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쪽잠을 잤다. 이제는 대부분 자차로 일출 시간에 맞춰 도착하다보니 도로엔 극심한 정체가 발생한다. 30분 전에는 차를 도로에 세워두고 모두가 바닷가로 내달린다”며 “특히 올해는 이태원 참사로 다중운집행사 안전관리 상 관광버스 진입이 통제된데다 해맞이가 끝난 후, 일시에 빠져나가는 차들이 뒤엉켜 혼잡이 빚어졌다. 방문객들은 여러 이유로 정동진에 머무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정동진을 벤치마킹한 전국 해맞이 명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지자체가 너나할 것 없이 신년 해맞이 마케팅전략과 일출상품으로 관광객 유치전에 돌입한 것이다. 최 회장은 “주변 지자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가는데 정동진은 20년 전에 비해 크게 변한 것이 없다”며 “밤문화를 비롯한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부족하니 해맞이가 끝나면 원주의 출렁다리, 삼척의 환선동굴 등을 향해 흩어져버린다. 강릉시의 적극지원과 지역 기업-주민 간 상생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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