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근로자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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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근로자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초석이다
기획 신년기획 | 기억해야 할 대한민국의 영웅들 ①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2.0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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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당시 간호사 모습을 전시해 놓았다 | 기념관 내 파독광부들의 작업 현장을 재현해 놓은 모습 | 파독근로 관련 물품이 전시되어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파독근로자연합회 전경 사진/ 홍용학 기자

6.25 전쟁의 폐허 속에 가난으로 얼룩졌던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2023년 현재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에 본지는 신년기획으로 대한민국 발전의 근간을 이루었던 숨은 영웅들을 3회에 걸쳐 재조명하고자 한다.

Contents
 ▶  1.  파독근로자,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초석이다
      2. 베트남전 특수로 열린 대한민국 부국강병의 길
      3. 폭염과 모래바람 속 해외건설 신화 이룬 주역들


폐허가 된 나라 살리려 근로자 2만여명 파독

1962년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인 세계 최빈국으로 서울의 실업률이 16.4%에 달하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리 정부는 1963년 12월 21일 247명의 광부 근로자들을 처음 독일로 보냈다. 이후 1975년까지 총 2만여명의 광부·간호사가 파견되었으며 이들이 국내로 벌어들인 금액은 무려 1억 153만달러였다. 송금액은 1965~1967년의 경우 국내 총수출액 대비 1.6~1.9%에 달해 한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기자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파독근로자연합회에서 김춘동(80) 회장을 만났다. 그는 가장 먼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근로자 파독의 배경은 이러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기아로 사망한 사람만 20만명이 넘었는데 정치인들은 당파 싸움만 하는 상황이었다.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했으나 정작 자금이 없어 외국에서 차관을 빌려야 했고,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일어를 구사했던 백영훈 박사와 사절단이 독일에 가서 우여곡절 끝에 5천만달러의 차관을 약속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보증 국가를 세우라는 독일의 조건에 보증해 줄 나라가 없자 노동자들을 담보로 차관을 빌렸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247명을 모집하는데 3만여명이 왔다. 학력, 신체조건, 언어 등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 뽑힌 247명의 광부가 독일로 갔다. 탄광 지하 1300m까지 내려가 석탄을 캐는데 그 뜨거운 탄광에서 우리 광부들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독일 지하 1000m 이상 탄광에서 일했던 한국 광부들의 모습 | 파독근로자연합회 김춘동 회장


‘멋지고 훌륭한 나라’ 고대(苦待)하며 인고의 시간 견뎌

대한민국 동포들은 독일에서 돋보였다. 다른 나라 근로자들은 지하 1000m 이상으로 내려가지 못했는데 한국 근로자들은 1300m까지 내려가서 일했고, 언어도 더 빨리 배웠다는 것이 파독 근로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간호사들의 경우 환자들을 돌보는 일부터 시체를 닦는 일까지 온갖 궂은 일을 묵묵히 하면서 헌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독일인들로부터 ‘동양에서 온 천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한국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병원만 환자들이 몰렸다는 후문도 있다. 김 회장은 “한번은 독일 국회의 초청으로 박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다. 1964년 12월경, 대통령을 영접한 현장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나오는데 광부·간호사들이 전부 다 울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못 살아서 우리 국민이 외국으로 팔린 것을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그러나 여러분들의 노력은 우리 후손들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 앞으로 우리가 멋지고 훌륭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박 대통령이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울자 독일 빌리 브란트 총리가 손수건을 건네며 한국을 잘 사는 나라로 만드는데 협조하겠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독일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독일의 고속도로와 자동차공장, 제철공장, 비료공장 등을 보여주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도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호남비료공장이 생겨 경제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파독근로자들의 공로 후대에 기억되길

파독근로자연합회는 최근 파독근로자 1기 중 생존해 있는 9명을 초청했다. 1기 근로자들의 지난 이야기를 영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함이다. 언젠가 설립될 파독근로자들의 추모관과 기념관, 공원에 이들의 영상을 공개해 후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김 회장의 간절한 바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합회는 ‘그릭아우프(지하 1000m 갱도에 가기 전 살아 돌아오라는 독일어 인사말)’라는 합창단을 창단해 노래를 통해 파독근로자들을 알리고 있다. 김 회장은 “사실 젊은 사람들은 정말 모른다. 파독근로자들이 어떤 심정으로 그 상황을 이겨냈는지, 당시 젊은이들이 나라를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 꼭 알리고 싶다”고 울먹였다.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데 기여한 파독근로자들이지만 이들의 예우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21년 생활비지원과 의료보험지원 등 관련 내용을 올렸으나 국회에 상정만 되어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우리가 그곳에서 배운 정신, 나라를 위한 애국심 등 이 소중한 역사를 후세대가 알았으면 좋겠다. 잊지 않고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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