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팔세대[OPAL, 5060]가 덕질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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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팔세대[OPAL, 5060]가 덕질에 열광하는 이유
핫이슈 경제적 여유 있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오팔세대 이제는 덕질 즐기는 세대로 부상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1.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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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어떤 취미나 특정인을 깊이 파고드는 덕질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020세대의 전유물에서 이제 5060세대가 사랑하는 문화로 확장된 덕질의 세계를 알아보았다.

덕질, 청년문화에서 중장년층의 문화로 확장

“스밍은 사랑입니다. 입스밍 NO 숨스밍 YES”, “오늘부터 입덕했습니다.” 어느 가수의 공식 팬 카페에 올라온 글을 갈무리한 내용이다. 앞서 소개한 문장을 이해했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의 덕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고, 잘 모르겠다면 당신은 아직 ‘머글’이다. 
스밍, 입덕, 머글…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단어들은 모두 덕질세계의 언어다. ▲스밍은 스트리밍의 줄임말로 음원사이트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지속적으로 재생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스밍을 하지 않았지만 했다고 말하는 것을 입스밍, 숨 쉬듯이 자주 스밍을 하는 것을 숨스밍이라고 한다. ▲머글은 덕후가 아닌 일반인을 일컫는 말이고 ▲입덕은 특정 연예인이나 취미에 관심이 생겨 이제 막 덕질을 시작했음을 알릴 때 쓴다. 
어떤 취미나 특정한 인물에 대해서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뜻하는 ‘덕질’은 원래 청소년 혹은 청년들의 서브컬쳐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장년층은 물론 노년층까지 즐기는 주류 문화로 성장했다. 실제로 앞서 기자가 갈무리한 글도 50대 이상의 시니어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트로트 가수들의 인터넷 팬 카페에서 올라온 글이다. 
요즘 5060세대를 오팔세대라고 부른다. 오팔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OPAL)’의 줄임말로 경제력을 갖추고 삶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세대를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덕질에 진심인 이유로 △사회·경제적 여유 △기대수명의 연장 △자기표현의 욕구 등을 꼽는다. 
 

이정남(좌), 승현미(우)  | 단체사진을 촬영 중인 영탁팬클럽 회원들

“영탁을 만나고 인생이 달라졌어요”

전문가들은 오팔세대의 덕후 DNA를 깨운 사건 중 하나로 2019년부터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트로트 열풍을 꼽는다. 당시 TV조선에서 방영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인기를 끌면서 송가인·임영웅·김호중·영탁 등의 스타가 탄생했다. 이후 이들을 아끼고 좋아하는 오팔세대가 본격적으로 덕질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얼마 전 기자는 가수 영탁의 팬클럽 ‘영탁이 딱이야’ 회원으로 활동 중인 두 명의 덕후(?)를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영탁을 만난 후 삶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정남(51) 씨는 “TV에서 영탁이라는 가수를 처음 접했다. 노래도 잘하지만 후배를 아껴주는 마음 씀씀이를 보고 팬이 됐다. 팬클럽 활동을 하면서 포토샵도 배우고 SNS도 배웠다. 또 인터넷상에서 사용하는 신조어를 배우면서 자녀들과 소통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승현미(51) 씨는 “처음에는 가족들이 좋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꾸준히 밝고 긍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더니 가족들의 관점이 바뀌었다. 이제는 남편도 아이들도 엄마가 긍정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일도 하고 가정도 돌보고 덕질도 하려면 정말 바쁘다. 그런데 너무 행복하다. ‘영탁 때문에 가정에 소홀하다. 일에 집중을 못한다.’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정말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KBS에서 덕질을 소재로 한 예능이 방영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출처/ KBS 유튜브 캡처

사회적 가치 추구하는 커뮤니티형 덕질문화 유행 

요즘 덕질문화는 팬으로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응원하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다. 회원들이 함께 재미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커뮤니티에 가깝다. 일례로 얼마 전 기자는 강남의 한 골목에서 가수 신승훈의 팬들이 마련한 일일카페를 보았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한곳에 모여 대화를 나누며 친목을 다지는 것이 이와 같은 카페의 목적이다. 
또 팬클럽 회원들이 봉사나 기부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승현미 씨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 팬클럽 회원들과 선별진료소 의료진에게 커피차를 보냈다. 이외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가수의 따뜻함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팔세대가 덕질에 열중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무언가에 몰입하는 행위가 자칫 허무하고 무기력해질 수 있는 중년의 삶에 활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건강하지 못한 덕질로 변질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은 “건강한 덕질과 병적인 덕질을 구분하는 기준은 소통과 덕질의 대상에게 득이 되는지 여부다. 이웃과 소통하고 좋아하는 대상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 제대로 된 덕질이다. 나의 즐거움이 누군가의 고통이 되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고립되면 건강한 덕질이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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