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데 없는 이들의 보금자리 파주 금촌고시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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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 데 없는 이들의 보금자리 파주 금촌고시원 이야기
포커스 지난 20년간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선사한 착한 고시원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12.23 17: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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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희망나눔인상’을 수상한 오윤환 원장

연말을 맞아 곳곳에서 기부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료 숙식 제공하며 희망을 나누는 오윤환 원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고시원보다는 복지시설에 더 가까운 곳

과거 고시원은 학원가와 가깝고 고시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었다. 그러다 점차 비좁고 어두운 이미지를 탈피하여 지금은 고시텔 등의 명칭으로 변모했고 거주자의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지난주 기자가 취재한 고시원은 다소 특별했다. 바로 경기도 파주에 자리한 ‘금촌고시원’의 이야기다.
오윤환(68) 원장이 지난 2002년부터 운영해온 이곳은 초창기에 경찰관, 소방관 등 공무원을 여럿 배출한 명실상부한 인재 육성의 요람이었다. 그러던 2004년 어느 날, 가정불화 때문에 집을 떠난 한 여성과 어린아이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한 것을 계기로 오 원장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훈훈한 미담이 여러 매체를 통해 전파되자 이제는 먼저 도움을 청하려고 찾아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파주시에서 노숙자들을 금촌고시원에 연결시키는 경우도 있다. 오 원장은 “고시원보다는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한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지 모른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 40여명의 입주자 중 대다수가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 보니 입실료가 밀리는 일이 다반사다. 게다가 입주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식사 비용도 오 원장의 사비로 충당해왔기 때문에 한 해 동안 고시원 운영에 800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윤환 원장이 손수 요리를 하는 모습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더 보듬어주고 싶어

재정적인 부담뿐만이 아니었다. 정신질환 또는 알코올 중독 거주자의 경우 정상적인 소통이 안 될뿐더러 행패를 부리면 고시원 관리 및 운영에 지장을 가져오는 경우도 예사로웠다.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년 가까이 이를 지속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오윤환 원장은 삶을 포기하기 직전에 처한 사람들에게 식사와 숙소를 제공한 것으로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데서 얻는 보람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한편 그동안 오 원장의 도움을 받고 삶이 바뀐 입주자의 사례가 적지 않다. 사업에 실패하고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립 기반을 다져 식당을 차린 이가 있는가 하면, 고시원에서 가정을 이뤄 새 삶을 시작한 이들도 있다고 한다.
오 원장은 “조금만 도움을 주면 자립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앞으로 사회적주택 공모에 참여하는 등 정부 차원의 도움을 받아 입주자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고시원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지성 기자 jslee@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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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영 2023-10-09 13:03:45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멋지십니다. 원장님 덕분에 저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의 손해보다 타인의 희망을 먼저 보시는 모습에서 지혜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살아가시는 모습에서 사랑을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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