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뜨리는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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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뜨리는 설레임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11.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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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이 도자기를 깨는 일은 제 스스로 불가마가 되려는 일…꽃눈이 꽃봉오리를 터트리듯 네 멍울을 터트려야 네 빛을 볼 수 있나니’ 이것은 김기화 시인의 시, 「깨라」 내용의 일부이다. 
도공의 손끝에서 물레 위에 아무런 모양이 없던 흙덩어리가 점차 도기 형태를 갖추어 간다. 날카로운 조각칼로 음각이 새겨진 도기는 반나절 가까이 수백도의 고온을 견딘 후 가마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도공은 도기를 살피다 미련 없이 쇠망치로 그것을 깨뜨린다. 평생 도기 제작에 힘쓰지만 만족한 작품은 한두 번밖에 없다고 한다. 여러 개를 남겨 놓아도 마음에서는 모두 깨뜨려 버린 도기들이다. 
도공은 완성된 작품을 보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게 아니었어’ 하며 후회하고 반성한다. 사람들은 도공이 빚어낸 도자기를 보며 감탄하지만 사실 도공을 매료시키는 도기는 아닌 것이다. 
오늘도 흙을 어루만지는 도공에게는 그의 가슴속에서 빚어내고 싶은 것을 나타내려는 긴장감과 설레임이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동안 자신이 쏟아왔고 완성한 것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을 위해 또다시 나아갈 때 찾아오는 설레임이 있다. 이 설레임은 자신의 틀 안에서 머무르는 동안 절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정용만 목사/ 기쁜소식전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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