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에 서는 80세 할머니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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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에 서는 80세 할머니 모델입니다”
줌인 뒤늦게 시작한 시니어 모델로 인생 2막 연 최순화 모델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11.0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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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매거진 촬영 모습 (출처: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 2018년 서울패션위크 패션쇼에 오른 모습(출처: 서울패션위크)
사진제공/ TSP MODEL 사진/ 홍용학 기자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취미나 적성을 살려 재취업과 창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고령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패션모델에 도전해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는 최순화 모델을 만나보았다. 

결혼과 육아로 접었던 꿈, 일흔 넘어 도전

오는 2025년이면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과거 대다수 고령자가 은퇴 후 여생을 소일거리를 하며 보냈다면 지금은 은퇴 후에도 사회 여러 분야에서 본인의 역할을 해내며 좋은 롤모델이 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패션계에서도 시니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주 기자는 성수동에 위치한 TSP모델 아카데미에서 올해로 데뷔 8년차를 맞고 있는 최순화(80) 모델을 만났다. 첫인상에서 무엇보다 은발의 머리와 170㎝ 정도 되는 큰 키, 꼿꼿한 자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실 그녀는 지금처럼 모델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모델을 꿈꿨다. 최순화씨는 “어릴 적 아버지가 사 오신 여성 잡지에서 예쁜 옷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뛰면서 동경하게 됐다. 또한 옷에도 관심이 많아 직접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병원에서 간호 보조 일을 배워 근무하다 결혼하면서 모델의 꿈과는 완전히 멀어졌고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며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는 “자식들도 다 크고 좀 편해지려던 시기에 원치 않게 빚을 지게 되면서 형편이 어려워져 간병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 어떤 환자가 모델을 해보라고 권유했고 처음엔 이 나이에 무슨 모델이냐 생각했지만 TV방송에서 시니어모델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기까지 끊임없는 연습 또 연습

주 1회 받는 모델학원 수업은 오랫동안 묵혀둔 그의 꿈을 다시 되살려주며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처음 모델학원에 갔을 때가 72세였는데 대부분 50~60대였고 수강생 중 가장 나이가 많아 위축되기도 했다. 게다가 70여년간 굳어진 걸음걸이와 자세를 바꾸는 건 더욱 쉽지 않았다. 골반을 움직여 몸 전체를 S자로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려워 환자들이 잠든 새벽시간에 병원 복도에서 워킹과 포즈연습을 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해 마침내 2018년 국내 시니어모델 최초로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최순화씨는 “처음 무대에 섰을 때 굉장히 가슴이 떨렸고 지금 이 나이에 이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영광스러웠다.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이후 최씨는 패션쇼뿐 아니라 패션 잡지, 광고, 방송 출연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가 처음 학원에 다닐 때는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무슨 모델학원이냐는 비난을 받을까 봐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에게조차도 알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가족들이 최씨의 모델 활동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그는 “항상 마음속에 모델로서 무엇을 갖춰야 할지 그 생각이 가득하다. 그래서 옷 스타일에 따라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유튜브를 통해 혼자 공부도 하며 걷기 연습은 지금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파

최근 각종 패션쇼, 광고계에 이르기까지 시니어모델들이 그 영역을 넓혀가고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전문인으로서의 역량과 스킬을 갖춘 시니어모델의 역할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최순화 씨는 “시니어모델 시장이 커지면서 모델을 양성하는 학원도 이미 많아졌다. 요즘 60대면 노인이라고 보지 않으니까 얼마든지 더 활동할 수 있다”며 이어 “지금도 시니어모델 중에는 최고령인데 더 늦기 전에 무대에 많이 섰으면 좋겠고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도 진출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그는 “70대에 내 꿈이 이루어졌고 이 일을 하면서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나와 비슷한 많은 시니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순화씨처럼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이들에게 그는 “누구든지 목표를 정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그 목표에 내 자신 전부를 담는다면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 의욕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에게는 늦은 때란 없다. 인생의 황혼기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고 당당히 노년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최순화 모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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