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생태계 교란어종 유기농 비료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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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생태계 교란어종 유기농 비료로 변신
포커스 외래어종으로 인한 우리나라 수중 생태계의 심각한 위협 속에 해결방안으로 부상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10.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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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를 이용해 만든 친환경 액체비료 제품

전국 하천이 국내 환경에 적응된 배스나 블루길 등의 외래어종으로 몸살을 앓으며 각 지자체는 퇴치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외래어종을 이용해 친환경 액체비료를 만드는 등 활용 방안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외래어종 배스·블루길, 전국 호수와 저수지 점령

1980년대에 우리나라로 대규모 유입된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이 국내 토종어류의 터전인 하천은 물론이고 저수지와 댐까지 점령해 버린 지 오래다. 이 외래어종은 국내 내수면 어업자원 증진을 목적으로 도입된 물고기로 번식이 빨라 호수, 댐, 하천 등 민물에 서식하면서 토종 물고기의 알은 물론 작은 물고기까지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배스는 연간 10㎝이상 자라고 약 2~3만개의 알을 수차례 산란하며 생존율이 9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붕어, 쏘가리, 납자루, 빙어 등의 토종어류부터 민물새우, 물방개, 개구리까지 모조리 잡아먹는 환경부 지정 1급 생태계 교란생물이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외래어종 퇴치에 나서며 생태계 균형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민간단체로는 유일하게 생태계 교란어종을 퇴치하는 (사)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는 국내 하천의 토종어류 및 수중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 교란어종 퇴치 및 관리, 퇴치요원 양성에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 기자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소재한 (사)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를 찾았다. 한신철 회장은 “배스는 최상위 포식자로 전국의 대부분 하천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가 멸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작살을 이용해 생태계 교란어종 배스를 포획한 모습
외래어종인 배스가 토종어류를 먹어 치워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배스 포획 장치 개발 등 퇴치활동 지속

한 회장은 40여년간의 잠수 경력을 가진 잠수사로 미국에서 전문 다이버로 활동하다가 2002년에 귀국했다. 그는 “고향인 청주에 와서 대청호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 배스로 가득했다. 토종 물고기가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상황을 보면서 배스 퇴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협회를 설립했고 환경청과의 협조하에 전국의 강, 호수, 저수지 등에서 외래어종 퇴치 작업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진동 감각이 뛰어난 배스가 미세한 움직임에 반응하는 습성을 이용해 물속에서 배스를 유인한 뒤 작살을 이용해 잡아낸다. 한 회장은 “배스 산란기인 4~6월에 어미를 포획해야 그 효과가 크다. 그물에도 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암컷이 산란할 만한 장소를 미리 찾아서 작살을 쏴 한 시간에 수십마리씩 포획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배스 포획 유인용 음향발생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일년에 100톤 이상의 배스를 포획·퇴치하고 있으며 협회 본부가 위치한 대청호는 가장 중점적으로 퇴치활동을 벌였고 다행히 배스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토종어류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지속된다면 물속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는 가망성이 높다”고 전했다. 반면 “퇴치기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효과가 큰데 정부 예산이 한계가 있다 보니 작업이 중간에 끊기는 것이 아쉽다”며 생태계 복원을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스로 만든 스테이크 사진/ 유튜브 잇츠Eats 캡쳐

액체비료 제작,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 

한편 과거에는 이렇게 포획한 어종을 폐기물로 매립해 처리했지만 최근 들어 비료나 동물 사료로 재가공하거나 고품질 가공식품 원료로 만드는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배스를 이용한 요리대회와 시식회가 열려 기존 매운탕과 조림에 국한됐던 요리에서 생선전, 생선가스, 강정 등 한층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한 회장 또한 생태계 교란어종인 배스를 활용해 친환경 액체비료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전에는 배스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교란어종에 대한 선입견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으나 외래어종에서 오는 거부감이 커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처리 방법을 고민하던 중 유기농 액체비료에 주목했다. 그는 “냉동된 배스를 통째로 넣어 130도의 고온에서 4시간 동안 끓여서 발효시키면 액상비료가 된다. 이 비료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고 흡수가 빨라서 병충해 예방, 작물의 영양 회복, 품질 향상 등에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비료 사용으로 30% 정도 수확량이 증대되면서 많은 농가로부터 입소문이 나 호응을 얻고 있다. 
한 회장은 “이 사업을 통해 농민의 소득증대뿐 아니라 수익금의 일부를 다시 생태계 교란어종 퇴치에 쓰려고 한다”며 이어 “물속은 직접 눈으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특히 낚시인들이 외래어종 퇴치에 관심을 갖고 토종어류를 함께 지켜나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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