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진화하는 학교폭력의 실상과 그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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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진화하는 학교폭력의 실상과 그 대책은?
핫이슈 푸른나무재단, 전국 학교폭력 및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관련 기자회견 개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9.3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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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폭력 예방 캠페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푸른나무재단 직원들 사진/ 홍용학 기자

최근 사이버폭력의 피해 양상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교육현장 및 관련 기관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주 청소년NGO 푸른나무재단에서 2022년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학폭으로 삶을 마감한 아들 위해 재단 설립

#고등학생인 김하나(가명) 양은 중학교 3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가해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로 SNS를 통해 험담을 남기거나 자신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 이 외에도 학교에서 마주치면 일부러 밀치거나 위협을 가하는 등 신체적인 폭력도 꾸준히 당했다. 결국 선생님과 부모님께 이야기했지만 ‘참아라’,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렇게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인 푸른나무재단(이사장 김경성)은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해왔다. 푸른나무재단을 설립한 김종기(75) 명예이사장은 27년 전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아들을 잃게 되었다. 덩치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학교에서 반장을 할 정도로 인기학생이었던 아들이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상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력을 당해왔고 결국 아파트에서 2차례에 걸친 투신으로 어린 나이에 삶을 마감했다. 김종기 명예이사장은 가해자들을 향한 분노에 휩싸여 복수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시는 이 땅에 자신과 같이 불행한 아버지가 없기를 바라며 1995년 비영리공익법인(NGO) 푸른나무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재단은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고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자 치유, 사회변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상)지난 22일 서초동 소재 푸른나무재단 본부에서 개최된
기자회견 모습 (하)출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학교폭력 피해자 31.6%가 사이버폭력 경험

지난 9월 22일, 기자는 서울 서초구 소재 푸른나무재단 본부에서 개최된 ‘2022 전국 학교·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최근 들어 폭력의 유형이 복잡, 다양해지고 피해 연령이 낮아지는 등 학교폭력이 심각한 청소년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날 많은 기자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재단은 폭력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약 2개월 동안 전국의 청소년 6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사이버폭력을 당했다는 응답 비중이 31.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푸른나무재단 상담 사례에 따르면 익명 SNS앱, 랜덤채팅, 배달서비스, 공유형 교통수단, 중고거래 등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대다수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사이버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배달 앱으로 피해자 집에 음식을 대량으로 보내거나, 중고거래 앱으로 가짜 명품을 강매하는 등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피해 유형이 나타났다. 사이버폭력이 이처럼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촉진과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인식할 만큼 온라인 영역이 일상생활에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종익 사무총장은 “사이버폭력은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피해증거가 모호한 경우가 많아 피해자 보호조치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속한 피해 구호를 위한 관련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생들의 안전한 사이버환경 조성을 위해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벌 방법 외에 사과와 반성을 통한 해결도 필요

학교폭력 중 사이버폭력 비중

한편 학교폭력 피해의 고통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 피해학생 53.6%가 ‘고통스러웠다’는 답변을 했고, 그들 10명 중 3명(26.8%)은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학생의 20.7%는 학교폭력 문제해결에 불만족하다고 응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처벌은 만족하나 사과와 반성이 느껴지지 않아서라고 했다. 이 외에도 학교폭력 피해학생 10명 중 2명은 피해 시 도움을 요청해도 잘 해결될 것 같지 않아 아무런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피해·가해·목격 학생 모두가 1순위로 ‘주변 어른들의 적극적인 도움’이라고 했다. 
최선희 상담본부장은 “학교폭력의 행정적 사안처리 과정에서 피해자 회복보다는 가해자 처분 중심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원하는 해결방안이라고 보기에 어렵다. 분쟁초기에 사과와 반성을 통한 화해의 장을 마련하여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피해학생의 치유와 가해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기자회견을 마치며 김경성 이사장은 “학교폭력은 평생 고통을 받는 만큼 아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어른들이 책임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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