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장수의자 만든 어느 경찰관의 선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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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장수의자 만든 어느 경찰관의 선한 영향력
줌인 노인과 어린이 등 교통약자 위해 교차로 대기의자 발명한 유창훈 경정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9.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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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훈 경정

우리 사회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이 많다. 포천경찰서 유창훈 경무과장 또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서 있기 힘든 노인을 위해 장수의자 제작

요즘 곳곳의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기둥에 설치된 노란색 의자가 눈에 띈다. 평상시에는 접어놓았다가 사용할 땐 펴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접이식 의자다. 보행신호가 켜질 때까지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 앉아서 기다리면 오래 산다는 의미로 ‘장수(長壽)의자’라고 불리는 이 의자는 한 경찰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최근 기자는 장수의자를 개발한 유창훈(59) 경정을 포천경찰서에서 만났다. 올해 33년 차 경찰인 그는 남양주시 별내파출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노인 보행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느끼고 2019년 4월 별내동 교차로 등에 의자를 설치했다. 유창훈 과장은 “관내에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잦았는데 경로당에서 교통안전 홍보활동을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무단횡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대부분 무릎과 허리가 아파 오래 서서 기다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횡단보도 부근에 의자를 두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장수의자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의자 설치에 앞서 그는 사전 조사를 통해 과거에 보행 사망사고가 발생한 교차로, 상점이나 은행 이용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교차로, 초등학교 앞 교차로 등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처음엔 본인의 사비를 들여 60여개의 장수의자를 설치했고, 이후 실제 노인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입증돼 현재 전국 60여개 지자체와 봉사단체 등에서 2500여개를 설치해 사고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1. 2019년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 선정되었다 2. 장수의자를 설치하는 모습
3. 보행자를 위한 LED 바닥신호등 도입에 아이디어를 냈다

무단횡단 감소 효과 다대, 전국 지자체로 확산  

지금은 각 지자체에 장수의자가 많이 보급되어 있지만 장수의자를 만들려고 시작할 때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유 경정은 “의자를 제작할 공장을 섭외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번번이 문전박대당하고 포기하려는 순간 지인을 통해 제조공장을 소개받았고 사장님께서 흔쾌히 해보자고 하셨다. 새로운 의자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제작시스템을 구축하고 거기에 맞는 인력을 투입하는 등 제작과정에서 초기비용이 발생하는데 그만한 돈을 낼 수 없어 의자 특허권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제작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설치 후 반응은 뜨거웠고 무단 횡단하는 노인이 줄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그는 “먼저 관내 어르신들께서 좋아하셨고 어떤 분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파출소까지 방문하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손편지를 건네는 분도 계셨는데 무엇보다 많은 시민에게 도움이 되어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수의자에 대한 시민의 호응과 감사가 이어지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도입을 위해 답사를 왔고 영국 BBC 등 외신에 보도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인사혁신처가 주최하는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며 모범사례로 알려졌다. 유 과장의 아이디어로 장수의자는 더욱 발전하여 임산부와 어린이 등을 위한 배려의자로 그 용도가 확장되기도 했다. 그는 설치된 의자를 계속 관찰하면서 부족한 점을 개선해왔고, 지금도 관리 담당자가 없는 지역에 의자가 파손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직접 찾아가 수리하는 등 문제점을 계속 살피고 있다.

국민들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관심 가져야

장수의자뿐만 아니라 시민의 불편 해결을 위한 그의 아이디어는 다방면에 접목되어 왔다. 2013년 구리경찰서 근무 당시 원룸단지의 가스배관이나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침입해 절도, 성범죄 등 범죄행위가 빈발했다. 이를 예방하고자 전국 최초로 특수형광물질을 도입해 가스배관 등에 발라서 침입범죄를 예방했는데 효과가 좋아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또한 그는 “요즘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뀐 줄 모르고 급히 건너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커졌다. 이를 어떻게 개선할까 생각하다가 때마침 한국교통관리공단에서도 같은 문제로 고민 중이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보행자 횡단보도에 LED로 빛을 내는 바닥신호등을 설치했다.
이렇게 지난 30여년간 유 경정은 국민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관심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문제점을 발견하면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같은 경찰서에 근무하는 김중권(34) 순경은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데 과장님은 마음먹은 것은 항상 실행으로 옮긴다. 후배로서 늘 존경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도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문제를 찾아가라고 알려주는 유창훈 과장. 그는 “치안서비스의 공급자인 경찰의 입장이 아니라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아내 제공하려고 했다. 물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의 고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경찰관으로서의 나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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