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 통해 자폐 스펙트럼 치료하는 호스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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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 통해 자폐 스펙트럼 치료하는 호스테라피
줌인 언어 장애를 겪는 자폐 스펙트럼, 비언어적인 치료법으로 개선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8.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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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타는 청년을 지도하는 박숙경 교수 사진/ 문보영 기자

요즘 ‘자폐 스펙트럼’이 대중들 사이에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말을 매개로 자폐 스펙트럼을 치유하는 ‘호스테라피(Horse Therapy)’를 소개한다.

‘호스테라피’로 자폐 스펙트럼 극복 시도

우리는 종종 TV 프로그램 등 대중매체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겪는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그 속에서 자폐를 겪는 당사자와 가족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보며 ‘빨리 치료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호스테라피’는 이와 같은 자폐 스펙트럼으로 고통하는 사람에게 말을 이용하여 정신적 장애를 개선하고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치료법이다. 현재 호스테라피를 연구 중인 Co융합심리치유연구소 박숙경(53,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오랜 세월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가져왔었다. 박 교수는 장애인이 더 이상 장애시설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유로이 살아야 한다는 뜻을 지녀왔고, 장애인 심리치료법을 연구하던 중 호스테라피를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개나 소, 양 등 다른 동물도 있을 텐데 왜 하필 말일까.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말은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을 등에 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말은 공격적이지 않은데다가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동물이다. 그리고 사람과 같이 걸을 수 있고 사람의 움직임에 맞춰 걷거나 뛰고, 멈출 줄 아는 영리하고 온순한 성격의 동물”이라며 이 같은 말만이 가진 장점이 자폐 스펙트럼 극복에 최적임을 강조했다. 

(상)호스테라피를 받는 한 학생이 말을 타고 장애물 넘기를 하고 있다
(하)아이들이 주말에 승마를 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

지적장애아 등, 승마를 통해 사회성 길러

박 교수는 호스테라피에서 말 등에 직접 타는 승마를 적극 추천한다. “자폐 스펙트럼의 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움직임을 통한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한데, 말 등에 타면서 말의 움직임을 느끼며 신체의 감각을 익힐 수 있어 그것이 사회성 발달로 이어진다”라며 승마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박 교수는 실제로 작년과 올해에 걸쳐 자폐스펙트럼·지적장애 아동 32명에게 말을 타고 림보게임, 짐볼폴로경기, 장애물넘기 등 호스테라피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아동들의 좌우균형감과 리듬감, 집중력이 강화되며 예전에는 없었던 자기통제력이 생기는 등 사회성에 필요한 많은 부분들이 이전보다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학부모들도 “말을 본인이 직접 타보고 이끌면서 평소 아이의 찡그리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자신의 감정과 요구를 언어로 표현하며 항상 같은 패턴의 그림을 그리던 애가 같이 승마를 한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는 등 일상생활의 태도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라며 호스테라피의 효과에 높은 평가를 나타냈다. 
지난주 기자는 호스테라피를 진행하는 스티븐스승마클럽(경기 이천시 호법면 이섭대천로 527번길 151)을 찾아갔다. 승마를 하러 온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승마장을 누비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지난 1년 동안 호스테라피 치료를 받아온 한 학생은 “예전에는 사람들을 대하는 게 힘들었는데 말을 타면서 이전부터 갖고 있던 마음의 어두움들이 점차 사라져갔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자폐 스펙트럼 外 다양한 정신질환에도 활용 가능

호스테라피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박 교수는 “고대 그리스부터 말을 이용한 재활치료법이 있었다. 특히 재활승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독일에서는 말을 매개로 한 언어치료, 심리치료가 체계화되어 있어 발달장애인들에게 폭넓은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현재 전국 100여곳에서 재활승마를 운영하고 있으나 시설 측면에서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재활승마의 대중화를 희망했다.
이런 지속적인 발전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박 교수는 “호스테라피는 자폐 스펙트럼 뿐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겪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대인기피증 등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에 호스테라피 기관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라며 재활승마 관련 기관의 확대의 필요성을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호스테라피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에서는 ‘동물이 인간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선입견이 있다”라며 “또한 승마라고 하면 럭셔리한 이미지만 떠올리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호스테라피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고 국내에서의 이러한 고정관념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드라마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이에 대한 치료에도 관심을 가져 호스테라피가 널리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백지혜 기자 jh0820@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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