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1984년도 음대 국악과에 입학할 당시에는 국악을 한다고 무시를 많이 받았다. 서양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국악은 음정이 맞지 않는 연주 소리가 난다고 하거나 옛날에 니나노 하며 기생들이 하는 음악이라고 표현하는 등 국악 자체를 무시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를 가르치던 교수님은 “지금 보기엔 이 길이 황무지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독려하고 소망의 말씀을 자주 해주셨다.
국악기는 음정 잡기가 서양악기에 비해 까다롭다. 예를들어 플룻은 음정이 잘 맞게 되어 있지만 대금은 그에 비해 완전하지 못하다. 국악기의 조율은 개인의 음감이 이루어져야만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음악을 해오며 이제는 표현을 안해도 저 사람이 음을 알고 연주하는 것을 알기에 서로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관계가 되었다.
최근 국악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교수님 말씀대로 국악을 하며 보람을 느낀다. 이제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볼 때 ‘저 사람도 내가 준비한 시간만큼 열심히 노력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 잘하는 것이 있는 반면 부족한 것도 많기 때문에 남들의 길도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누구나 자신이 처음 걷는 길은 황무지 같을지 모르지만 꾸준히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뒤돌아보면 그 길은 결코 황무지가 아닌 아름다운 길임을 발견하게 된다.
박덕귀 단원/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저작권자 © 주간기쁜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