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아직 참 스승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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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는 아직 참 스승이 있습니다
특집 [스승의 날 특집] 25년 간 제자들의 마음 읽어내며 꿈과 희망을 전해온 김용길 교사의 삶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5.14 15: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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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디자인문화고등학교 김용길 교사

스승의 날을 맞아 요즘도 제자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헌신하는 스승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남다른 제자 사랑으로 주변에 온기를 전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 디자인문화고등학교 김용길 교사를 만나보았다.

학생들과 함께해서 늘 행복해

“용길쌤~ 계세요?” “용길이 없~다!” 지난주 기자가 방문한 경기도 안산 디자인문화고등학교 위클래스 상담실에서는 이렇듯 용길쌤을 찾는 학생들과 교사의 유머러스한 대답이 이어지고 있었다. 상담실 분위기도 여느 학교와는 달랐다. 미니 탁구대를 비롯한 놀이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상담실 한쪽에 위치한 소파에는 쪽잠을 청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한쪽 벽면에는 학생들을 위한 위생용품, 간식, 라면, 체육복과 여벌 옷 등이 있는 곳이 바로 김용길(62) 교사가 운영하는 상담실의 모습이다.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변화를 크게 실감한다는 김용길 교사는 “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많이 예민해져 있는 것을 느낀다. 사정을 들어보면 실직을 당하거나 무급 휴가 중인 부모들이 많다. 때문에 그런 아이들이 언제든지 편안하게 와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특별히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도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놓았다. 아이들이 무엇인가 필요해서 왔는데 없으면 그렇게 마음이 아플 수가 없다. 아침을 안 먹고 왔을 때 이곳에 와서 라면이라도 먹이고, 너무 피곤할 때 잠깐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아이들과 같이 울어도 주고 웃어도 주는 곳”이라고 상담실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 교사의 이런 말을 증명해 보이듯 인터뷰하는 내내 필요한 것을 가지러, 또는 상담 약속을 잡기 위해,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온 졸업생까지 수시로 드나들었다. 덕분에 전교생의 담임교사가 되어버린 김 교사는 쉬는 시간이 거의 없지만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상)폐휴지로 모은 기부금을 장애인센터에 기부하고 있다
(하)요양병원에서 발 마사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할 수 없다”

내년에 정년퇴직을 앞둔 김용길 교사는 1997년 이곳 안산 디자인문화고등학교에 부임했다. 학창시절 교사가 꿈이었던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그 꿈을 접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결혼 후 교직의 길을 걷기 위해 공부해 37세에 늦깎이 교사가 됐다. 어렵게 대학원에서 심리상담까지 공부하고 교사가 되어 살만할 때 그에게 암(癌)이 찾아왔다. 김 교사는 “신기하게도 암이 감사했다. 이를 계기로 많은 부분이 변했고 투병 이후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신념이 굳어졌으며 가까이 우리 학교 학생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이곳 학교의 학생들 중에는 주의력결핍행동과잉장애(ADHD),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증상을 보이는 학생부터 자해하는 학생까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김 교사는 자신도 학생들과 똑같은 학교를 나왔고, 배고파봤고, 자살하고 싶은 마음도 가져봤기에 누구보다 이들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일반사회 과목을 담당한 김 교사는 학생들의 인성을 위해 인생교육을 시작했다. 그래서 2015년에는 ‘발 마사지 동아리’를 만들었으며 학교 동아리로는 전국 유일무이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인생을 사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발 마사지 동아리를 만들었다. 매주 토요일 학생들과 6년 정도 발 마사지 봉사를 했는데 상대방의 가장 낮은 곳인 발을 보살펴주면서 실제 학생들이 변화되는 것을 느꼈고 많은 학생이 사회복지나 의료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그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학생들과 함께 교과서나 폐휴지를 모아서 매년 불우이웃돕기도 진행하고 있다. 

이 시대 교사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감정코칭’

김 교사는 이 시대의 학교는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닌 종합적인 탤런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변화된 시대에 따른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감정을 잘 읽고 터치해주는 ‘감정코칭’과 훈계는 짧게 하고 칭찬은 길게 한다는 상담 원칙도 언급했다. 그는 “집에서 사랑과 격려를 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서 나 한 사람이라도 그 미래를 위한 마중물이 되어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번은 아내가 ‘나하고 결혼한 게 아니라 제자들과 결혼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주야가 따로 없었다. 경찰서, 검찰청, 법원 안 가본 곳이 없었고 등교하지 않는 아이를 데리러 갈 때도 많았다. 아이가 학교에 오지 않으면 ‘왜 안 왔냐?’고 말할 것이 아니라 왜 학교에 안 왔는지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학생 시절의 과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자존감 회복과 동기부여를 위한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교사와 학부모 및 학생들 스스로도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에 김용길 교사는 성적을 보고 진로를 결정하거나 학생을 평가하기보다 아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목표를 정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 목표를 향해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칭찬해주어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끝으로 김 교사는 “오늘날 많은 교육정책이 교사들의 사명감을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다. 정부와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함께 학생들의 감정을 어루만져 준다면 꿈과 희망을 배우는 진정한 학교가, 그리고 스승의 날에 존경받는 참 스승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맺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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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은 2021-07-31 16:59:39
교사의 귀감이 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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