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멈춘 국내 최대의 산천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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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멈춘 국내 최대의 산천어축제
[탐방]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자 노릇하던 축제 취소로 화천군 상권 침체 분위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1.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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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산천어축제 당시 모습, 2019년 1월 화려한 선등거리  |  2020년 12월 산천어축제장 모습, 2020년 12월 한적한 선등거리

2003년부터 이어온 화천 산천어축제. 하지만 역사 깊은 글로벌축제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방도가 없다.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을 예년과 달리 조용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강원도 화천군을 찾아가 보았다. 

선등거리의 불은 밝았지만 축제 개최는 난망

지난 12월 19일 화천군 선등거리의 불은 매우 밝았다. 산천어 모양의 종이 등(燈)으로 만든 선등거리의 불은 켜졌지만 정작 화천읍내 거리는 인적이 드물고 한산하기만 하다. 매년 1~2월에 개최됐던 화천 산천어축제가 취소될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따라 정부의 코로나 대응 방침이 강화되면서 산천어축제에 대한 화천군의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지만 축제는 물론 지역경제가 꽁꽁 얼어붙어 가고 있다. 
산천어축제의 히스토리는 화려하다. 2003년부터 강원도 화천군 일대에서 매년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캐나다 윈터 카니발 축제,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 등과 함께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며 경제효과가 약 13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전 세계인(2019년 기준 약 180만명 방문)이 찾는 글로벌 축제로 우뚝 섰다. 18년간 이어온 이 축제는 화천군뿐만 아니라 화천군 주변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큰 행사이기 때문에 지역민들은 이번 축제의 취소 소식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지난주 기자가 화천군에 도착해서 바라본 산천어축제 행사장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화천천 좌우에는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과 행사를 위한 부스가 길게 줄을 서 있으며 여러 가지 시설물을 준비하기 위해 북적거리는 모습이었을 텐데 이번 겨울의 화천천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에 하얀 눈만 소복이 쌓여 있었다. 읍내에도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은 상가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하얀 눈만 소복이 쌓여 있는 산천어축제 장소인 화천천의 모습

준비한 산천어 25만 마리, 가공식품으로 개발

2020년 1월, 화천군은 이상기온으로 얼음이 얼지 않자 안전상의 문제로 당초 1월 4일로 예정됐던 축제 개막을 11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6일부터 때아닌 겨울비로 개막하기로 했던 축제일을 또다시 연기할 수밖에 없어 1월 27일이 되어 가까스로 개막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겨울축제의 장, 화천천의 올해 결빙 상태는 최상이었다. 
하지만 100나노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바이러스는 축제의 개막조차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아갔다. 문제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엄청난 양의 산천어이다. 약 10억원대의 산천어 25만 마리(77톤)를 어떤 방법으로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나마 코로나 사태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줄여 예년(190톤)의 절반 이상 줄인 것이라고 군관계자는 전했다. 
화천군은 많은 양의 산천어 활용을 다각적으로 준비했으며 12월 30일 품평회를 갖고 그동안 개발한 산천어 관련 가공식품을 선보였다. 산천어를 활용한 코다리, 통조림, 어간장, 매운탕 등 다양한 레시피를 내어놓았다. 특히 군 관계자는 2014년 개발한 산천어 과메기를 비롯해 산천어를 활용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이어온 덕에 다양한 레시피를 공개할 수 있었으며 지역농산물과 접목해 화천에 특화된 먹거리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과 농협 판로 의뢰, 홈쇼핑 판매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잇따른 축제 취소에 지역민들 시름 깊어져

산천어 처리와 판로 문제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축제장 일대의 상가 주민들이다. 관광객들에게 의존하여 한철 장사를 하는 상가들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화천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지금이 1년 중 대목이다. 작년에도 이상기온으로 관광객이 많이 줄었고 올해는 코로나로 여름축제도 모두 취소되었으며 관내 군장병들의 외출과 외박도 반복적으로 제한되고 있어 너무 어렵다. 그런 가운데 겨울축제까지 취소된다고 하니 앞으로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화천군 관광정책과 오경택(59) 과장은 “처음에는 주민의 70%가 축제를 찬성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뒤바뀌어 70% 이상의 주민이 반대하는 상황이다. 축제로 인해 자칫 코로나가 확산된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에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동물보호단체가 산천어축제를 동물학대 축제라며 화천군수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동물보호법 상 식용목적의 어류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했고 화천일대의 지역경제를 이끌어 온 산천어축제. 그동안 민관의 수고와 노력이 동물학대 논란이나 코로나를 잠식시키고 지역민들의 희망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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