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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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서 벗어나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7.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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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어느 늦가을, 한 아이가 병원에 왔는데 3일간의 발열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열 감기로 판단했다. 진료 대기실은 북새통인데 아이의 어머니는 병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았다. 긴 얘기 끝에 수일 전 외가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그 방에 쥐똥이 있었다고 했다. 사소해 보이는 그 한 마디 덕분에 쯔쯔가무시병을 의심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었다. 이 병은 들쥐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증인데 제때 치료가 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 만약 그때 필자가 인내심을 잃고 엄마의 말을 중단시켰다면 열 감기로 오인하여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편견은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으로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해 어림짐작으로 판단하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한다. 1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한국 의료 현실에서는 이런 편견이 작동할 때가 많다. 암 병동에서 근무하던 인턴이 처음 응급실에 근무하면 환자들이 모두 암으로 보이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의사는 자기의 진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오류를 줄이려면 내가 편견이 있지 않나 스스로에게 수시로 되물어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바로 ‘내가 틀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박진홍 원장/ 거제아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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