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첫 번째 피아노가 대구에?

Goodnews DAEGU 716

2018-06-15     주간기쁜소식

18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크리스토포리가 고안하고 독일에서 완성한 피아노는 화성악기·선율악기의 두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 만능 악기로 널리 쓰이고 있다. 서양 악기 피아노가 한국에 최초로 들어온 것은 언제 그리고 어디였을까.

‘사문진나루’ 통해 들어온 한국 최초의 피아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최초의 피아노는 대구 제중원(현재의 동산의료원)을 세운 우드브리지 존슨과 에드스 파커 선교사 부부가 1901년 부산에서 낙동강을 통해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보다 1년 앞선 1900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 나루를 통해 대구로 들어왔음이 여러 문헌자료에서 확인되었다. 
미국 선교사 사이드 보텀(한국명: 사보담)이 미국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를 살펴보면 1900년 3월 26일 미국에서 가져온 피아노를 사문진 선착장에 내려, 대구 종로의 집까지 3일간에 걸쳐 옮기는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편지에 따르면 피아노를 옮기는 데 하루에 짐꾼 20~30명을 불렀고, 1인당 30~40센트씩의 운임비를 지불했다. 
상여를 운반하는 것처럼 나무막대기로 틀을 짜고 그 위에 피아노를 실은 뒤 밧줄로 단단히 고정시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노가 너무 흔들려 제자리에 온전하게 남은 건반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빠진 건반을 대부분 재조립했고, 조율 상태가 좋아 연주하는 데 이상이 없었다. 이렇게 사문진 나루를 통해 대구에 들여온 한국 최초의 피아노는 음악 교육 및 종교 활동에 널리 사용되었다.

지금은 시민들을 위한 유원지로 변신

사문진 나루는 하천 교통의 요지이자 대구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조선시대에는 왜의 상인과 무역이 이루어지던 곳이다. 현재 사문진은 어떤 모습일까. 1993년부터 나루로서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그 일대가 유원지로 꾸며져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사문진 주막촌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모습으로 유원지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황토 벽면에 그려진 정감 있고 생동감 넘치는 벽화를 보고 있으면 100년 전 이곳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한편 한국 최초의 피아노 유입지인 만큼 사문진 나루터에는 피아노 모양의 벤치, 화장실을 비롯해 피아노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관련 공연도 펼쳐지고 있는데, 2016년에는 ‘귀신통’이라고 불리던 피아노를 운반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뮤지컬 갈라쇼 ‘귀신통 납시오’가, 2012년부터는 매년 가을 100대의 피아노를 동시에 연주하는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 밖에도 생태탐방로, 전망대, 동물원, 숲속놀이터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달성 사문진 나루터로 가족들과 주말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대구/ 임윤희 기자 daegu@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