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로 소통해요

국내 최초 수어 보급 전문교육기관 ‘경기도수어교육원’ 개소

2017-12-23     주간기쁜소식

최근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어(手語, 수화언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경기도수어교육원이 전국 최초로 문을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전문 수어 교육기관 찾는 사람들 증가 추세

손동작과 몸짓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수어는 누군가에게는 그냥 손짓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청각·언어장애인들(이하 농아인)에게는 소통의 수단이며 비장애인들과도 이어주는 소중한 매개체이다. 
작년에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수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수어 통역센터나 교회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이외에 좀 더 세밀하고 전문적으로 수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또한 현재 경기도 내 농아인은 5만 5천여 명이지만 수어를 사용할 줄 아는 농아인은 전체 20%에 불과해 생활에 불편함을 겪는 실정이다. 이에 수어가 꼭 필요한 농아인과 수어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전문교육기관이 설립됐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전국 최초의 공식 한국수어교육원으로 지정된 경기도수어교육원(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조로 946)은 한국수어 보급과 수어사용 문화정착을 위해 지난 11월 1일 개소했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제스처나 손짓의 의미가 강한 수화(手話)보다는 손으로 하는 언어적 역할을 더 강조한 수어의 개념을 널리 알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다루고 있다. 또한 기초·중·고급 수어교실과 수어강사 양성교육, 관공서 배치를 위한 수어 통역도우미 양성교육 등을 진행한다. 

통역도우미 육성해 일자리 창출할 계획

지난 수요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수어교육원 강의실에서는 수어 교육이 한창이었다. 교육생들은 시청각 자료를 보며 전달하고자 하는 수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한 단어씩 강사의 동작을 따라하며 수어를 배우고 있었다. 손동작뿐만 아니라 강사가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의미를 전달할 때면 곳곳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고급반 수강생인 김미경(42, 여주시) 씨는 “다니는 교회에 농아인들이 많은데 수어가 가능한 인력이 부족해서 배우게 되었다. 여주에서 초급과정을 배우다가 고급과정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 이곳을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수어교육원은 단순 교육기관을 넘어 일자리 연계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수어 인력을 양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연숙(42, 화성시) 씨는 “수어를 배우면서 표현을 잘 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농아인들이 알아보고 이해해 줘서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좀 더 깊이 있는 과정을 배운 후에 통역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했다. 
수어교육원 김만영(50) 팀장은 “수어 교육을 받은 수어통역도우미를 배출해 시·군 민원실에 배치하는 지원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이들은 농아인 통역 및 관련 행정처리 업무를 맡아 일자리 창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진국은 이미 농아인 위한 다양한 정책 추진

얼마 전 JTBC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뉴질랜드 대표로 나온 외국인이 자국에서는 수어가 공식 언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뉴질랜드에선 수어가 영어, 마오리어에 이어 제3의 공식 언어로 쓰이고 있으며 스웨덴, 핀란드 등도 헌법에서 수어를 사용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2월 한국수화언어법을 제정하여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아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선언하고 한국수어를 통한 농아인들의 언어권, 정보 접근권, 교육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어를 농아인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수어가 하나의 언어로 인정되기 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하는 도구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어 사용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어교육원 김만영 팀장도 “농아인들을 바라볼 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단점을 생각하기 보다는 ‘잘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장점을 먼저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소한 경기도수어교육원을 통해 농아인에 대한 인식개선은 물론 수어의 대중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