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어사 출두요! ‘춘향전’ 속 이몽룡을 찾아서

Goodnews DAEGU 674

2017-08-11     주간기쁜소식

산이 깊고 골도 많은 봉화의 길을 가다 보면 풍산 김씨, 안동 권씨 등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족마을이 눈에 띈다. 그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간직한 가평리 창녕 성씨 마을의 종택(宗宅)을 찾아가 보았다. 

조선 문신 성이성 생가 ‘계서당’

창녕 성씨 마을의 종택은 조선 중기의 문신인 계서 성이성(溪西 成以性, 1595~1664)이 1613년에 지었다고 전해지는 ‘계서당’이다. 기와집이 많지 않은 이 마을에서 ‘계서당’의 장중한 기와집채는 멀리에서도 눈에 들어온다. 성이성은 창녕 사람으로, 인조 5년(1627년)에 문과에 급제한 후 진주부사 등 6개 고을의 수령을 지내고 4번이나 어사로 등용되었다. 또한 근검과 청빈으로 이름이 높아 훗날 청백리로 녹선(綠線)되었다. 
중요민속문화재 제171호 ‘계서당’은 안채와 사랑채, 사당채와 행랑채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영남 반가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앞쪽의 대문채는 바로 앞에 논이 연이어 있지만, 낮은 경사를 이용해 집을 지었기 때문에 뒤쪽의 안채는 높직이 앉아 있다. 그래서 앞에 펼쳐진 논자락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 남향하고 있다.

춘향전 속 이몽룡의 실제 모델이 성이성?

한국 최고의 로맨스이자 4대 국문 소설의 하나로 꼽히는 춘향전. 최근 춘향전 이몽룡의 실제 모델이 ‘성이성’이라는 이야기가 학계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춘향전의 권위자인 연세대학교 설성경 교수는 성이성의 스승이자 그의 아버지 성안의의 친구인 조경남(趙慶男 1570~1641)이 암행어사로 남원에 내려온 성이성을 광한루에서 만난 후 그를 모델로 ‘춘향전’을 창작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춘향전’의 암행어사 출두 장면에서 이몽룡이 읊었던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촉루낙시 민루낙이요, 가성고처는 원성고라’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는 시는 성이성이 쓴 시로, 4대 후손 성섭이 지은 <교와문고 3권>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춘향전’ 집필 당시 양반의 실명을 거론하기 어려워 성이성을 ‘이’ 씨로 성을 바꾸고, 대신 춘향의 이름에 ‘성’ 씨를 붙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편 봉화군은 이러한 학설을 토대로 오는 9월 봉화읍 내성천 무대에서 애틋한 사랑이야기에 판소리와 춤, 노래, 오케스트라, 팝핀 등 다양한 구성 요소를 가미한 실경수상 뮤지컬 <이몽룡>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구/ 임윤희 기자 daegu@igoodnews.or.kr